인도네시아 보복 관세 가능성…양측 무역 갈등 고조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1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산 바이오디젤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날 보조금을 받는 인도네시아산 바이오디젤 수입품에 8∼18%의 상계관세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상계관세는 수입하는 제품이 해당 수출국의 보조금 지원을 받아 수입국 산업에 피해를 줬다고 판단될 때 수입국이 부과하는 관세다.
EU 집행위는 조사 결과 인도네시아 바이오디젤 생산자들이 보조금, 세제 혜택, 시장 가격보다 낮은 원료 조달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이는 EU 생산자들에게 경제적 피해라는 위협을 가한다면서, 이번 관세 부과는 EU 바이오디젤 생산자들을 위한 '공평한 경쟁의 장' 회복을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EU 집행위는 이번 신규 관세는 임시 조치로, 앞으로 계속될 조사를 통해 오는 12월 중순까지 최종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EU 바이오디젤 시장은 연간 약 90억 유로(약 12조400억원) 규모로, 인도네시아산 수입품은 4억 유로(약 5천500억원) 상당이다.
바이오디젤은 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만든 바이오 연료로, EU는 세계 최대 팜오일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바이오디젤이 주로 팜오일을 원료로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팜 열매를 압착해 추출하는 식물성 유지인 팜오일은 식용유는 물론 아이스크림, 라면, 비누, 립스틱 등의 재료로 널리 쓰이며, 최근 수십 년간 소비량이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국제환경보호단체들은 팜오일 생산 과정에서 열대우림이 훼손되고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동물이 터전을 빼앗긴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의회는 지난해 6월 열대우림 훼손 등을 이유로 2030년부터 운송 연료에서 팜오일을 단계별로 퇴출하는 방안을 했다.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팜 농장 농민들이 팜오일 가격 급락으로 직격탄을 맞았고, 전 세계 팜오일 생산량의 85%를 차지하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EU와 무역 분쟁을 벌일 조짐을 보여왔다.
지난 9일에는 인도네시아 무역장관이 팜오일을 원료로 한 자국산 바이오디젤을 겨냥한 EU의 움직임에 대응해 EU 유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EU의 이번 결정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보복 조치를 불러올 위험이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에 이은 또 다른 무역 전쟁이 일어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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