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먼드 "생활수준 악화는 물론 영국연합왕국 해체 불러올 수 있어"
도미닉 커밍스 총리 수석보좌관 겨냥 "선출되지 않은 이가 정부 조종"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필립 해먼드 영국 전 재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노 딜'(no deal) 브렉시트(Brexit)는 2016년 국민투표 결과를 배반하는 것이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와 함께 내각에서 물러났던 해먼드 전 장관은 이날 사퇴 이후 처음으로 일간 더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해먼드 전 장관은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는 일자리와 생활수준 악화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영국 연합 왕국의 해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의 붕괴와 아일랜드 통일,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제2 주민투표 등으로 이어지면 영국이 "내부지향적인 작은 잉글랜드"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해먼드 전 장관은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가장 요란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들이 하원의 다수는 아니다"라면서 국민투표 당시 양측 진영의 모두가 브렉시트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EU에 '안전장치'(backstop) 수정을 요구하다가 어느새 이를 폐지하는 것으로 입장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배후에는 존슨 총리 내각의 '실세'인 도미닉 커밍스 총리 수석 보좌관 등 '선출되지 않은' 이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2016년 국민투표 당시 EU 탈퇴 진영 전략을 책임졌던 커밍스 보좌관은 존슨 총리 취임 이후 영국 정부에서 '노 딜' 브렉시트 계획을 주도하고 있다.
해먼드 전 장관은 "정부를 조종하는 선출되지 않은 이들은 EU가 지금도, 앞으로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이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EU가 단일시장을 보호하는데 완고한 입장을 보일 뿐만 아니라, '안전장치'를 포함한 EU 탈퇴협정 재협상을 시도하는 것은 나머지 EU 27개 회원국의 단결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먼드 전 장관은 "EU는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영국 정부 내 똑똑한 이들도 이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먼드 전 장관은 자신을 포함해 전직 각료들이 다음 달 하원이 다시 열리면 '노 딜'을 막기 위한 '반란 동맹'의 일원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만약 정부 불신임안이 제출되면 정부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이전에 밝힌 바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같은 해먼드 전 장관의 입장에 대해 "그는 우리가 EU를 떠나는 준비를 방해하면서 영국의 협상력을 약화시켰다"면서 "누구나 그의 진짜 목적이 국민투표 결과의 취소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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