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자주외교 상징'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광복절 맞아 특별전

입력 2019-08-15 06:55   수정 2019-08-15 07:41

'구한말 자주외교 상징'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광복절 맞아 특별전
일반에 공개 안 된 역사자료 10점 공개…일제 등에 맞선 초기 활동상 담겨
'교회에서 美대통령보다 더 주목받아' 소개한 美언론 보도도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74주년 광복절을 맞아 미국 워싱턴DC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구한말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대한제국의 독립과 자주 외교를 위해 온 힘을 기울였던 외교관과 가족들이 남긴 역사자료 10점을 공개하는 특별전이 열렸다.
공사관은 14일(현지시간) 오후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역사자료 특별전'을 개최해 초기 공사관의 활동상이 담긴 사료 4점과 19세기 말 자료 6점 등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역사 자료 10점을 소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초대 주미전권공사 박정양의 문집 '죽천고' 중 일부(18책)인 '미속습유', 초대 주미공사관 서기관 이상재가 쓴 '미국공사왕복수록', 초대 주미공사관 수행원 강진희가 철로를 달리는 기차를 보고 그린 최초의 미국 풍경화인 '화차분별도', 1893년 공관원 장봉환이 주미공사관 서기관으로 부임하면서 발급받은 현존 국내 최고(最古) 여권인 '집조'(執照) 등이다.


미속습유는 박정양 공사가 미국의 지리, 역사, 정부 조직 및 문물 등을 종합적으로 소개한 최초의 공식보고서이다. 당시 서기관이던 월남 이상재 선생이 남긴 자료는 그가 미 정부와 주고받은 문서와 공사관의 운영 및 활동상을 기록한 대미외교 사료다.
아울러 공사관 복원 과정에서 2층 벽난로에서 예기치 않게 발견된 자료들도 선보였다.


4대 이채연 서리공사가 버지니아주 댄빌 군사학교를 방문하고 수집한 것으로 추정되는 군사학교 엽서를 비롯, 캐나다 출신 화가인 조지 로버트 브뤼네가 보낸 전시회 초대장, 미국 화가 이디스 하워드가 보내온 성탄·신년 축하 카드, 테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인 앨리스 루스벨트가 보낸 결혼식 안내장, 성경 구절이 담긴 상본(像本·성인화, 종교화 등으로 만든 카드), 1904년 뉴욕 애비뉴 장로교회 성경학교 초대장도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채연 서리공사는 부국강병을 위해 미 군사 제도를 깊이 연구하는 한편 미국 군사교관 초빙을 비롯해 미국의 조선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도모했으며 이를 위해 댄빌 군사학교를 직접 시찰하기도 했다. 또 당시 공사관은 미 국무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위해 차관(借款) 도입을 추진하기도 했다고 공사관 측은 설명했다. 그의 부인은 종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문화계와도 활발히 교류했다고 공사관은 덧붙였다.



당시 공사관원들은 인근의 커버넌트교회와 뉴욕장로교회에 다녔는데 신자로서 이 교회에 다녔던 미 대통령보다도 더 주목을 받았다고 공사관은 설명했다.
공사관 자료에 따르면 1889년 4월 23일자 '이브닝 불리틴'은 '교회에 그들(한국인)이 있어 대통령은 중심이 아니었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기사에서 '조선공사관원들은 예배 시간 내내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으나 놀라울 정도로 집중했으며 자신들이 (미국 대통령도 포함된) 회중의 최대 주목 대상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이들 사료와 자료는 초기 공사관의 적극적인 외교 활동과 공관원들의 생활상을 함께 보여줘 전문가들의 연구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공사관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공사관은 설명했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조선 후기 동북아 구질서를 극복하고 새로운 외교적 지평을 열고자 했던 고종의 자주 외교 정신을 상징한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1889년 2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서양국가에 설치한 외교공관이다.
백악관에서 1.5㎞ 거리에 있는 공사관은 1877년 빅토리아양식으로 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이다. 이곳은 1889년 1월 19일 주미 공사관을 개설한 지 약 1년 1개월 만에 이주한 두 번째 청사다. 처음엔 임대였지만 1891년 고종의 특명으로 매입했다.
공사관은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이 박탈되자 그 기능이 중단됐고, 1910년 9월 일본이 단돈 5달러에 강제 매입한 뒤 미국인에게 10달러에 매각했다. 이후 정부와 민간의 노력으로 2012년 문화재청이 350만 달러에 매입한 뒤 보수·복원 공사를 거쳐 113년만인 지난해 5월 22일 재개관했다.
매입부터 복원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 오수동 관장은 "공사관은 일제에 나라를 잃었던 시기에 사용된 공간이자 일본을 비롯한 열강의 침략에 맞선 구한말 독립과 자주외교의 상징"이라며 "광복절을 맞아 전시회를 갖게 돼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종수 학예사는 "어떻게 보면 당시와 현재의 국제 정세가 별반 다르지 않다"며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국가의 부흥과 부국강병을 꾀했던 선조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개막식에는 박정양 초대공사의 손녀로 현지에 거주하는 박혜선 여사 내외와 김계식 문화재청 문화재활용국장, 황준석 워싱턴한국문화원장 등이 참석했다.
박 여사는 "한국 정부의 큰 도움을 받아 공사관을 수리하고 개관식을 해 깊이 감동했고, 개관한 지 벌써 1년이 됐다는 게 감개무량하다"면서 "한국은 굉장히 강한 나라가 됐다. 국민이 힘을 합쳐서 하면 못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사관 측은 이번에 공개한 자료를 상설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미 학교를 대상으로 소개 활동에 나서 공사관이 각급 학교의 현장학습 공간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z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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