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빈과일보 보도…전문가들 "무력개입 치러야 할 대가 너무 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무력개입 대신 준엄한 법 집행으로 이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홍콩 빈과일보가 15일 보도했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시사 평론가 린허리(林和立)는 중국 본토 소식통을 인용해 "홍콩 사태에 대한 시 주석의 최신 지시는 '군대를 동원할 필요는 없으며, 준엄한 법 집행으로 최대한 빨리 혼란을 평정하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인민해방군 무장경찰 등을 홍콩에 투입하지 말고, 홍콩 내 경찰력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대에 강경하게 대처해 조기에 질서를 회복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이러한 지시는 이달 초 개막한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빈과일보는 전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7월 말이나 8월 초 중국의 전·현직 수뇌부들이 수도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300㎞ 떨어진 휴양지 베이다이허에서 휴가를 겸해 중대 현안의 방향과 노선을 논의하는 비공식 회의다.
홍콩 시위 사태가 격화하면서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무력개입이 결정돼 인민해방군 무장경찰 등이 송환법 반대 시위 진압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에 무력으로 개입하기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며 그 가능성이 작다고 진단했다.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의 자문을 맡는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우리가 군대를 투입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홍콩 경찰은 점차 대응의 수위를 높일 것이며, 그들은 아직 모든 수단을 다 쓰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 교수는 "중국이 (홍콩 사태에) 직접 개입한다면 이는 미국 등 강대국과의 관계를 해치고, 중국의 자체 발전에 혼란을 부르는 한편 홍콩의 특별 지위를 잃게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계속되면서 중국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홍콩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중국이 너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 미국은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92년 제정된 미국의 홍콩법은 미국이 비자나 법 집행, 투자를 포함한 국내법을 적용할 때 홍콩을 중국과 달리 특별대우하도록 했다.
하지만 홍콩 정부가 송환법을 추진하자 지난 6월 미 의원들은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매년 재평가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해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상하이의 국제문제 전문가 선딩리는 "홍콩이 특별 지위를 상실한다면 홍콩에 기반을 둔 많은 기업의 운영이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베이징대학의 국제정치 전문가 왕융은 "홍콩은 많은 다국적기업과 월가 투자가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라며 "중국 정부는 미국 내 강경파에 '탄약'을 주지 않도록 이번 사태를 정말로 신중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무역협상 타결 전망은 물 건너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해양대학의 판중잉 교수는 "온 세계가 지켜보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지난 두 달 간 인내심을 발휘해 행동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이것이 매우 어려운 선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홍콩 사태에) 직접 개입은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를 망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오는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이전에 홍콩 사태에 개입할 것이라는 일부 전망에 대해서도 스인훙 교수는 "건국절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중국 정부가 건국절에 온 세상이 평화로워야 한다고 믿을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다"며 일축했다.
홍콩 주간지 '양광시무'(陽光時務) 창립자인 천핑(陳平)은 "이전에 시진핑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잘 아는데 시진핑은 홍콩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며, 그의 성격으로 미뤄볼 때 절대 무력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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