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0여명, 워싱턴DC 일본대사관 앞서 '할머니께 정의를' 구호 외치며 집회
일본 측 방해에 32개월 창고 머무른 소녀상, '짧은 외출' 마치고 다시 창고로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워싱턴DC까지 날아오고도 보금자리를 찾지 못해 3년 가까이 임시거처에 머문 '평화의 소녀상'이 광복절을 맞아 바깥나들이를 했다.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정대위)와 워싱턴 희망나비에서 활동하는 20여명은 15일(현지시간) 정오께 워싱턴DC 내 일본대사관 앞에 모였다.
2016년 11월 워싱턴DC에 왔지만 일본 측의 집요한 방해 공작으로 안착할 곳을 찾지 못한 평화의 소녀상도 차량에 실려 함께 왔다.
미국 땅을 밟은 뒤 그해 12월 10일 워싱턴DC 내셔널몰 안 야외공연장에서 '환영식'을 통해 대중에게 모습을 선보였지만 이후 32개월을 보관용 창고에서 보내야 했던 소녀상으로서는 특별한 바깥나들이였다.
참석자들은 소녀상 앞쪽에 서서 일본대사관을 바라보고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구호를 외쳤다. '할머니께 사과를', '할머니께 정의를', '전쟁범죄 인정하라' 등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성명 낭독도 이어졌다. 이들은 "우리는 진정으로 해방됐는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끔찍한 전쟁범죄의 피해에서 진정으로 해방됐는가. 그렇지 않다"면서 "일본이 여전히 한국을 식민지처럼 대하고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한 해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전쟁범죄 인정과 책임자 처벌,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 및 보상 등을 요구한 뒤 "(요구가) 이뤄지는 날까지 이곳을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에 몸담고 있다는 미국 시민 캐런 키스-가머라도 동참했다. 일본대사관에서는 2∼3명이 문밖으로 나와보기는 했지만 별다른 제지를 하지는 않았다.
소녀상은 이어 참석자들과 함께 인근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찾았다가 백악관을 지나가며 워싱턴DC 시민들과 짧은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인근 버지니아주의 한 교회에 들러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도 가졌다.
이정실 워싱턴 정대위 회장은 "소녀상이 광복절에 햇빛을 좀 보고 대중들과 만나게 하기 위해, 그리고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에도 이 문제를 알리는 계기가 되게 하기 위해 공공장소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녀상은 이날의 짧은 외출을 끝내면 다시 보관용 창고로 간다. 지금까지 머물던 임시거처에서 새 임시거처로 옮기는 것이다.
워싱턴 정대위와 워싱턴 희망나비를 주축으로 한 건립추진위원회는 영구적 설치가 가능한 장소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녀상을 계속 창고에 보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올해 안으로 보금자리를 찾아주겠다는 목표다.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 정치·외교의 중심지인 워싱턴DC에 소녀상이 세워지면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과 미시간주 사우드필드 한인문화회관, 조지아주 브룩헤이븐 블랙번 메인공원, 뉴욕 맨해튼 뉴욕한인회관에 이어 미국 내에서는 5번째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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