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해야 할 일 한 것, '영웅' 아냐"…"76명 부상, 사망자는 없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총리가 새 떼와의 충돌로 엔진 고장을 일으킨 여객기를 성공적으로 동체착륙 시켜 대형 사고를 막은 여객기 조종사에게 국가 훈장을 수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여객기 사고 당일인 15일(현지시간) 내각 회의에서 사고에 대해 언급하며 "승무원들의 행동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다"면서 "상황 검토 이후 그들에게 국가 훈장을 주도록 추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기장의 숙련된 행동으로 재앙과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면서 "사고 조사팀이 경위를 파악해야겠지만 어쨌든 그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비행기를 착륙시킨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고 칭찬했다.
앞서 이날 아침 크림반도 도시 심페로폴로 가기 위해 모스크바 동남쪽 '쥬코프' 공항을 이륙한 에어버스 A321 여객기가 이륙 직후 갈매기 떼와 충돌했다.
우랄 지역 예카테린부르크에 본사를 둔 지역 항공사인 '우랄항공' 소속의 여객기에는 승객 226명과 승무원 7명 등 모두 233명이 타고 있었다.
뒤이어 새들이 양쪽 날개의 2개 엔진에 모두 빨려 들어가면서 1개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고 다른 엔진도 고장을 일으켰다.
기장은 곧바로 동체 착륙을 결정하고 엔진을 모두 끈 뒤 착륙기어를 내리지 않은 채로 활주로에서 약 1km 떨어진 옥수수밭에 여객기를 무사히 착륙시켰다.
이후 탈출 과정에서 일부 승객들이 타박상 등의 부상을 당했지만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기장 다미르 유수포프는 사고 뒤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첫 번째 엔진이 고장 난 뒤 출발공항으로 회항하려 했으나 두 번째 엔진까지 이상 증세를 보이면서 비상착륙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활주로가 아닌 지역에 착륙하는 데 따른 충격으로 기체가 뒤집히는 것을 막기 위해 착륙 바퀴를 사용하지 않고 기체 몸통으로 내리는 동체착륙을 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영웅'으로 칭송하는 데 대해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며 "자신을 전혀 영웅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재난당국은 사고 이튿날인 16일 이번 사고로 모두 76명이 부상해 치료를 받았으며, 그 가운데 1명은 계속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사 측은 불의의 사고로 충격을 받은 모든 승객에게 1인당 10만 루블(약 180만 원)씩의 위로금을 지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승객들은 사고 이후에도 다른 항공편을 이용해 목적지인 크림으로 떠났으나 전체 승객의 절반이 훨씬 넘는 154명은 크림 방문 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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