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공멸 안된다" 목소리 커져 변수로…반정부 시위 규모 줄어
中 인민해방군 '10분 대기' 유지 속 '개입이냐, 인내냐' 분수령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입법 강행으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가 석 달째 이어져 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되고 나서 최대 위기에 빠진 가운데 더는 혼란을 견딜 수 없다는 홍콩 시민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기존엔 친중 인사들이 송환법 반대 시위대 비판을 주도했지만 최근 '홍콩 공멸' 위기감이 커지면서 온건 성향 시민들까지 '폭력 자제' 요구에 동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온건 성향 시민들의 움직임이 홍콩 사태의 향배를 가를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수호대연맹은 이날 오후 5시(현지시간)부터 홍콩 도심인 애드미럴티에 있는 타마공원에서 '폭력 반대, 홍콩 구하기' 집회를 연다.
중국 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홍콩 지역 대표인 우추베이(吳秋北)가 부발기인을 맡는 등 이 단체에는 친정부·친중 성향의 인사들도 참여했다.
이 단체는 이날 집회에서 ▲ 혼란은 이미 충분했다 ▲ 폭력을 멈춰라 ▲ 시민들을 괴롭히지 말라 ▲ 파괴를 멈춰라 ▲ 법치를 지키자 ▲ 분열을 중단하라 ▲ 올바른 길로 돌아오라 등의 7대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우추베이는 "집회에서 시민들에게 폭력 반대, 안녕 수호의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입법회 점거, 중국 국가휘장과 국기 훼손, 홍콩 공항 마비, 시위대를 무차별 폭행하는 '백색 테러' 등 폭력적인 사건이 잇따르고 오랜 시위로 인한 관광객 급감과 경기 침체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홍콩은 큰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급기야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 부대가 홍콩 경계에서 불과 10분 거리인 선전(深천<土+川>)시의 체육관에 대규모로 전개해 언제든 홍콩에 투입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제2의 톈안먼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심도 증폭되고 있다.
이에 홍콩에서는 중국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는 폭력 시위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홍콩 주요 신문에는 시위대의 불법 행위를 규탄하는 '홍콩에서 나고 자란 홍콩시민들'의 광고가 실렸다.
또 홍콩 최고 갑부인 리카싱(李嘉誠·91)도 16일 문회보(文匯報), 대공보(大公報) 등 친(親)중 성향의 홍콩 매체에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규탄하는 내용의 광고를 실었다.
지난 6월부터 송환법 반대 운동이 전개되는 가운데 그간 홍콩 재계는 '침묵'을 지킴으로써 시위대를 우회적으로 지지했다는 분석이 나왔던 터여서 홍콩 재계를 대표하는 리카싱의 이 같은 움직임이 크게 주목받았다.
한때 최대 200만명에 달했던 주말 반정부 시위대 규모는 최근 집회가 과격 양상을 띠면서 수만명 단위로까지 줄어드는 등 온건파의 이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이번 주말에도 홍콩 도심에서는 대규모 송환법 반대 집회가 열리면서 반정부 세력과 친정부 세력이 본격적인 주말 시위 세 대결을 벌이는 모양새다.
대규모 도심 시위를 주도했던 민간인권전선은 18일 오전 10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송환법에 반대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와 행진을 할 계획이다.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18일 빅토리아 공원 집회만 허용하고, 행진은 불허해 일부 시위대가 행진을 강행할 경우 전과 같은 충돌이 우려된다.
중국 인민해방군 병력이 언제든 홍콩에 진입할 태세를 유지 중인 가운데 이번 주말에도 격렬한 충돌이 발생할 경우 중국의 홍콩 개입에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홍콩 반정부 시위대가 18일 시위 때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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