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 의심거래 100만건 육박…가상화폐 늘자 86%↑

입력 2019-08-19 06:31   수정 2019-08-19 09:22

자금세탁 의심거래 100만건 육박…가상화폐 늘자 86%↑
"전담 분석 인력 4명 불과…2만6천건만 상세 분석"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지난해 국내에서 불법재산이나 자금세탁 등으로 의심되는 금융거래가 100만건에 육박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가 늘면서 의심스러운 유형의 금융거래가 큰 폭으로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19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8 회계연도 결산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 접수된 의심거래보고(STR: Suspicious Transaction Report) 건수는 97만2천320건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51만9천908건 대비 86.5% 급증한 수치로 예산정책처가 제시한 최근 10년간 의심거래보고 건수 중 가장 많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최근 10년간 의심거래보고 건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6년 70만3천356건이었다. 지난해 보고 건수는 이보다도 38.2%나 많다.
이에 비해 2천만원 이상 고액현금거래보고(CTR: Currency Transaction Report) 건수는 지난해 953만8천806건으로 예년 수준에 머물렀다.




현행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고객의 금융거래가 불법재산이나 자금세탁행위나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와 연루됐다고 의심할 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 FIU에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의심거래보고 건수가 이처럼 급증한 이유로 폭증하는 가상화폐 거래를 잡고자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점을 들었다.
즉 가상화폐가 자금세탁 위험이 높다고 보고 관련한 자금세탁 규제를 부과하자 예상대로 의심거래보고 건수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상화폐는 탈세·조세포탈과 불법도박, 보이스피싱, 주가 조작, 재산 국외 도피, 횡령·배임 등 범죄에 활용된 사례가 다수 적발된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가상화폐 투기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시행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은 ▲ 법인이나 단체가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하는 경우 ▲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가 거래소와 거액(1일 1천만원, 7일 2천만원)의 금융거래를 하거나 단시간 내에 빈번한(1일 5회, 7일 7회) 금융 거래를 하는 경우 ▲ 가상화폐 거래소가 거래소 임직원과 지속적으로 송금 등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 등을 의심거래 대상 유형으로 꼽고 있다.
금융사가 이런 의심거래를 FIU에 보고하면 FIU는 전산분석과 기초분석, 상세분석 등 단계를 거쳐 필요시 검찰과 경찰, 국세청, 관세청, 국정원 등 법 집행기관에 제공한다.
그러나 97만여건 중 FIU 전문가의 상세 분석까지 이어진 사례는 2만6천165건으로 2.7%에 불과했다.


예산정책처는 이런 원인으로 FIU의 전문 분석 인력이 4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었다. 법 집행기관이 활용할 수준의 자료가 되려면 상세분석 단계까지 가야 하는데 인력 부족 상황 때문에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가상화폐 등 새로운 거래유형이 등장하고 과태료 상한이 상향되는 등 제재도 강화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의심거래보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촉구했다.
spee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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