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리쿠드당-중도정당 혼전…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이 또 변수될 듯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 총선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장기 집권자 베냐민 네타냐후(69)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운명도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오는 9월 17일 차기 의회(크네세트) 구성을 위한 총선이 치러지고 총선 결과에 따라 차기 총리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스라엘 총선은 유권자들이 개별 후보가 아닌 정당 명부에 투표한 뒤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전체 120석이 당 지지율로 배분된다.
이번 총선의 최대 관심사는 강경 보수파 지도자 네타냐후 총리의 연임 여부다.
네타냐후 총리는 재임 기간이 모두 13년 5개월로 이스라엘 역대 총리 가운데 가장 길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2013년과 2015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올해 4월 총선에서도 집권 리쿠드당을 비롯한 우파 정당들이 선전하면서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됐지만, 연립정부 구성에는 실패했다.
이후 이스라엘 의회는 리쿠드당 주도로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결정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5개월 만에 다시 치러질 총선에서 웃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총선 판도는 혼전 양상이다.
이스라엘의 한 라디오방송이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달 총선에서 우파 리쿠드당이 32석으로 최다 의석을 확보하고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이 30석으로 2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 하루 전인 15일 다른 방송사 '채널12'의 여론조사를 보면 리쿠드당과 청백당이 나란히 31석씩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지난 15일 이번 총선에서 어떤 정당도 과반을 차지할 수 없다며 총선 이후 어떤 정부가 들어설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쿠드당과 청백당 모두 다른 정당들과 손을 잡아야만 의회 과반 의석으로 연립내각을 꾸릴 수 있다.
현지 언론은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의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이 이번에도 연립내각 구성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극우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은 총선에서 10석가량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총선 때 5석과 비교하면 의석이 2배로 많아지는 셈이다.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이 어느 정당을 미느냐가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올해 4월 총선 이후 연정협상 때도 리에베르만 전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에 쓴맛을 안겼다.
리에베르만 전 장관은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들의 병역 의무를 주장하며 네타냐후 연립내각의 참여를 끝까지 거부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불과 1석이 모자라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이번에도 리에베르만 전 장관이 연정에 참여하지 않으면 네타냐후 총리가 보수 정당들로 연립정부를 꾸리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리쿠드당이 총선에서 확실한 우위를 거두지 못할 경우 리쿠드당이 총리 후보로 네타냐후가 아니라 다른 인물을 내세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백당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부패 논란도 네타냐후 총리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올해 2월 말 이스라엘 검찰은 네타냐후 총리를 지인들로부터 고가의 선물을 받는 등 뇌물수수와 배임 및 사기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오는 10월 첫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외교행보가 눈길을 끈다.
네타냐후 총리는 18∼20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유대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바비야르 계곡의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기념관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의 일부 정치 분석가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우크라이나 출신 이스라엘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목적도 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를 구사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계 이스라엘인들은 옛 소련 몰도바 태생의 유대인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을 많이 지지하고 있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 1주 전에는 인도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전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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