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4%…전체 관세위협 실현 땐 9%
"비관세 물밑장벽까지 포함하면 전체수입품 59% 타격 중"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의 보호무역 수준이 수십 년 전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평균 관세율만 따질 때 그런 결론이 나오는데 비관세장벽은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은행 도이체방크, UBS는 미국이 전체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의 평균 세율이 4%를 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세계은행이 집계한 유럽연합(EU)의 1.8%, 캐나다의 1.5% 등 다른 선진국들의 평균 관세율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WSJ은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이런 수위로 치솟은 것은 1970년대에나 볼 수 있었다고 세계은행 자료를 인용해 지적했다.
미국은 중국과 상호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 교역국에서 수입하는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 패널, 섬유 등에도 고율 관세를 물리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2월 계획대로 중국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의 전체 평균 관세율은 5%를 넘는다고 분석했다.
중국 제품에 대한 해당 관세를 25%로 인상하면 미국의 전체 평균 관세율은 7%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UBS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위협대로 멕시코 수입품, EU 자동차에 대한 관세까지 집행한다면 미국의 전체 평균 관세율이 9%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1947년과 유사한 수치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공공연한 무역장벽을 철폐하고 글로벌 통상을 장려하기로 장기간 기울여온 노력에 역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평균 관세율이 그렇게 치솟으면 미국은 정부가 자국 산업을 경쟁으로부터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스리랑카,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UBS의 이코노미스트인 롭 마틴은 "지금 현상들을 보면 미국의 방향이 변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악관은 다수 국가가 추구하는 불공정한 경쟁 전략에 맞서 공정한 무역의 토대를 마련하려고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평균 관세율만으로는 보호무역 추세를 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의 기호, 산업 규제, 세금감면, 수출 보조금 등도 무역을 왜곡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 외 국가들에서도 비관세 무역장벽이 확산하는 조짐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위스 장크트갈렌 대학에서 통상정책을 추적하는 '글로벌 무역 경고 프로젝트'를 감독하는 사이먼 에버넷 교수는 관세, 비관세를 가리지 않고 무역을 왜곡하는 조치에 영향을 받는 글로벌 통상의 비율이 올해 73% 정도로 10년 전 35%보다 늘었다고 분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를 살리려는 노력이 이런 추세를 주도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품들 가운데 무역왜곡 조치의 영향을 받는 상품의 비율은 59%로 조사됐다. 현재 평균 관세율이 4.6%로 미국보다 높은 중국에서는 그 비율이 75%로 나타났다.
그는 "우리는 실제로 상당히 왜곡돼 있지만 개방된 것처럼 보이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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