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민주당·언론 맹비난…참모들도 방어전 가세
NYT "트럼프 경기침체 경고 보도에 동요…음모론으로 대응"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항간에서 제기되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일축하며 연일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다.
미국 경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호황을 누려 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들어 경기침체 경고 목소리가 나오며 이른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서 미국도 자유롭지 못한 모양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우리 경제는 단연코 세계 최고"라며 경기침체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연방준비제도, 민주당, 언론이 경기침체 우려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연준을 향해 "끔찍한 비전 부족"이라고 비난한 뒤 단기간에 최소 1%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를 촉구했다.
또 "민주당은 내년 대선을 목적으로 경제가 나빠지도록 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매우 이기적!"이라며 민주당에도 화살을 돌렸다.
지난주 트윗에서는 "가짜뉴스 언론은 나와 내 재선에 나쁠 것이라는 생각에 경제를 추락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언론을 맹비난했다.
전날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잇따라 방송에 출연한 데 이어 이날 역시 트럼프 행정부 관료와 참모들이 연이어 경기침체 여론 확산의 진정에 나섰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방송에 나와 "궁극적으로 경기침체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금리 역전은 내 견해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이자율은 터무니없다"며 연준을 겨냥했고, 중국에 부과한 관세 역시 중국 회사가 대부분 또는 부분적으로 부담해 미국 소비자의 피해는 없다고 강조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 역시 기자들과 만나 "주류언론이 마침내 경제를 다루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오직 다루는 주제는 '경기침체'뿐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경제의) 기초는 매우 튼튼하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 언론에서 경기침체 경고 목소리가 급속도로 나온 것은 지난 14일 뉴욕 금융시장에서 장단기 미국 국채 금리의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게 결정적 계기였다.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로 가뜩이나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침체의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당일 다우지수가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할 정도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는 미국 경제 전문가 74%가 2021년까지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경기침체 논란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민감한 반응은 경제 호황을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꼽아온 상황에서 침체가 올 경우 재선 가도에 큰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남북전쟁 이후 재임 마지막 2년 중 경기침체가 발생한 대통령 가운데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1900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한 명밖에 없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하기도 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일자리와 경제를 대통령직의 중심축에 둔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가 침체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에 직면했다"며 "경기침체는 경제성장과 끝없는 경제승리 위에 지어진 '트럼프 브랜드'에 엄청난 손상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취임 이후 가장 불길한 경제적 신호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친숙해진 반응, 즉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의 음모라는 식의 음모론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NYT는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비공개 토론에서 자신의 비판자들이 재선 카드로 여기는 것(경제정책의 성과)을 빼앗아가려 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고 소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토론과 함께 언론의 잠재적 경기침체 경고 보도에 동요하고 있으며, 재선을 바라지 않는 세력이 무역전쟁이 초래한 손해를 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금융시장의 급격한 하락 이후 긍정적 전망을 제시하며 경기침체 우려를 무시해 왔다"며 "강한 경제는 공화당 소속 대통령에게 내년 재선 전망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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