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자발적 참여 독려해 '에너지 다소비국' 오명 벗는다

입력 2019-08-21 06:03   수정 2019-08-2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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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자발적 참여 독려해 '에너지 다소비국' 오명 벗는다
2030년까지 서울시 연간 에너지소비량 2배 수준 감축 목표
"에너지효율, 가장 친환경·경제적 에너지원…소비 문화 바꿀 것"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가장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제1의 에너지원(源)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가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소비를 줄이는데 팔을 걷어붙였다.
그동안 경제성장과 함께 급격하게 늘어난 에너지 소비를 산업·건물·수송 등 부문별 혁신을 통해 획기적으로 감축함으로써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 주도의 에너지 소비 절감이 아니라 다양한 유인책을 통해 소비자 스스로가 에너지를 아끼는 문화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계획대로 정책이 추진될 경우 에너지 수입 비용과 미세먼지 배출량을 크게 줄일 뿐만 아니라 연관 산업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했다.


◇ 다소비·저효율 고착화…"이대로는 안 된다"
정부가 21일 발표한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은 지금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계속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한국은 중국, 미국, 일본, 독일 등에 이어 세계 8위 에너지 다소비 국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보여주는 에너지원단위(原單位·TOE/1천달러)는 2017년 기준 0.1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최하위인 33위다.
OECD 평균치(0.105)는 물론 한국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미국(0.123)이나 일본(0.089), 독일(0.086)과 비교해도 더 높은 수준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GDP가 늘어도 에너지 소비는 감소하는 '탈동조화'를 꾸준히 실현해나가고 있지만, 한국의 최종에너지 소비는 2000년 이후 매년 2.7%씩 늘었기 때문이다.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전기를 아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에너지 효율을 꼽았다.
IEA가 추산한 온실가스·미세먼지 감축 기여도는 '(에너지) 효율 향상'이 40%로 가장 컸고, 재생에너지가 35%, 탄소 포집·저장(CCS)이 14%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2021년 신기후체제 출범을 앞두고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과감한 소비 감축 목표를 세우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 향상은 자원이나 대외 환경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수입 비용을 절감하면서 에너지 해외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액은 2017년 기준 1천95억달러로 국가 총수입액의 22.9%를 차지했다.
에너지 비용을 줄이면 그만큼 기술 등에 투자할 여력이 커져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나아가 고효율 제품과 에너지절감서비스 등 연관 산업의 성장에 기여하고 관련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에너지 효율 혁신은 온실가스·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것과 동시에 경제적이고 성장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 소비자 체감 정책으로 에너지 소비 절감 유도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은 2030년까지 선진국형 고효율 에너지 소비구조로 전환한다는 거시목표 아래 ▲ 산업·건물·수송 부문별 효율 혁신 ▲ 시스템·공동체 단위 에너지소비 최적화 ▲ 에너지효율 혁신 인프라 확충 ▲ 에너지효율 연관산업 육성을 추진과제로 내세웠다.
추진과제별 세부 계획 중 일반 소비자에게 가장 와닿을 정책은 고효율 가전을 살 경우 구매가격의 10%를 환급해주는 제도다.
이미 정부는 2016년 7∼9월 TV(40인치 이하), 에어컨, 일반·김치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 5개 품목에서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을 사면 구매 가격의 10%를 환급하는 제도를 운영한 바 있다.
올해는 한전 복지할인 가구(기초수급자, 장애인, 출산가구 등)를 대상으로 효율 등급 관리대상 가전제품 전 품목을 지원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전 가구를 대상으로 2∼5개 품목에 대해 10%가량 환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규제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구매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품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중소·중견기업 시장 점유율 등을 고려해 연도별 지원품목을 선정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전략 추진을 위한 예산은 정부 사업비와 에너지공급자 투자재원(EERS)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정확한 예산 규모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확정한다.
정부는 이번 전략을 통해 2030년 최종에너지 소비량이 296만TOE(에너지를 원유의 t으로 환산한 단위)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296만TOE는 4인 기준 2천200만가구의 1년 에너지 소비량 혹은 중형 승용차 4천만대의 1년 에너지 소비량에 맞먹는 수치다.
2017년 기준 서울시 연간 에너지 소비량의 2배 수준의 규모이기도 하다.
에너지 수입액은 현재보다 10조8천억원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아울러 에너지 효율 분야에서 신규 일자리 6만9천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효율은 문화와 행태의 변화가 수반돼야 하는 일"이라며 "단계적으로 에너지효율 혁신을 이뤄 나겠다"고 말했다.
e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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