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생활 못견디고 헤엄쳐 육지로 가려한듯…"폭발 직전 상황"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등의 입항 거부로 19일째 지중해에 발이 묶인 국제구호단체 구조선에 탄 아프리카 난민들이 열악한 선상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바다로 뛰어내리는 등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인근 공해상에 머무는 스페인 구호단체 '오픈 암즈'(Open Arms)의 구조선에서 난민 1명이 바다로 뛰어내렸다. 스스로 람페두사까지 헤엄쳐 갈 요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돼 람페두사 치료소로 보내졌다.
이후 차례로 각각 9명과 5명이 바다로 몸을 던졌고, 이들 역시 해안경비대 등이 건져내 선박으로 보내거나 치료소로 이송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절박한 상황을 벗어나려는 시도"라고 표현했다.
구조선 내 동태를 모니터링하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주의 아그리젠토 지방검찰 소속 루이지 파트로나지오 검사는 "자칫 폭발하기 쉬운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파트로나지오 검사는 "아무도 다치지 않도록 침착함을 회복해야 한다"면서 "선상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난민 구조 활동을 개시한 오픈 암즈 구조선은 애초 리비아 연안에서 구조한 난민 160명을 태운 채 이탈리아와 몰타 입항을 타진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이후 미성년자와 긴급한 치료를 해야 하는 난민들이 차례로 하선을 허락받아 현재는 88명이 선상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구조된 난민의 승선 시점을 기준으로 19일간이나 '해상 미아'로 남아있는 셈이다.
스페인 정부가 남부 알헤시라스나 마요르카섬 등의 입항을 허가하겠다고 밝혔으나 오픈 암즈는 거리가 너무 멀어 항해가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대신 이탈리아를 경유해 비행기로 스페인까지 이동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현재까지는 이렇다 할 타개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앞서 프랑스, 독일, 루마니아, 포르투갈, 스페인, 룩셈부르크 등 6개국이 오픈 암즈 구조선에 있는 난민을 분산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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