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북유럽→프랑스→아시아 방문…이란 입장 설파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세계 각국을 돌며 미국의 '최대 압박'에 맞서 이란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외교전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31일 그를 '테러를 지원하는 이란 정권의 1번 대변인'으로 지칭하면서 특별지정 제재대상(SDN)에 올려 국제무대에서 입을 틀어막으려 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12일 카타르 방문을 시작으로 다음주 중국까지 약 2주간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강행군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달 말 남미 방문을 고려하면 세계에서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외무장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자리프 장관은 방문국에서 미국이 이란의 위협을 이유로 우방에 제안한 '호르무즈 호위 연합'의 부당함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자리프 장관은 12일 이란과 우호적인 카타르를 방문해 양국의 우호를 확인했다.
그는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외무장관을 만나 "미국이 추진하는 '호르무즈 호위 연합'은 애당초 가망없는 일이다. 외국의 군대는 중동에서 불안만 일으킨다"라고 비판했다.
18일에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의 중재국 역할을 자처한 쿠웨이트를 찾아 나와프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 왕세제를 만났다.
자리프 장관은 나와프 왕세제에게 "이란과 쿠웨이트는 중동에 계속 있겠지만 외지인(미국 등 서방)은 결국 떠날 것"이라고 말해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참여하지 말라고 간접적으로 요청했다.
그는 쿠웨이트 방문을 마친 뒤 바로 스칸디나비아 3국 순방길에 올라 19일 첫 방문국인 핀란드에서 19일 펙카 하비스토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 자리에서 자리프 장관이 위기에 처한 이란 핵합의의 최신 상황을 설명하고 유럽과 이란의 교역을 담당하는 금융회사 인스텍스가 온전히 가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란이 걸프 해역과 맞닿은 해안선이 가장 긴 만큼 이 해역의 안보를 확보하는 큰 역량을 보유했으며 이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자리프 장관은 자신의 이날 트위터에 "핀란드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생산적으로 대화했다. 유럽연합(EU)이 핵합의를 살리고 항행의 자유를 보호하는 데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논의했다"라는 글을 올렸다.
자리프 장관은 19일 밤 발트해를 건너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옮겨 외교 행보를 이어갔다. 22일에는 노르웨이 오슬로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튿날인 23일엔 핵합의 서명국인 프랑스를 찾는다. 이란 외무부는 자리프 장관이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장-이브 르 드리앙 외무장관을 만나 핵합의 존속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란 외무부는 또 자리프 장관이 다음 주 일본과 중국을 방문한다고 예고했다.
일본 언론들은 자리프 장관이 일본 정부에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참여하지 말라고 요청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 등이 이 군사 연합체 결성 문제에서 중립적인 위치를 지켜달라고 말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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