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사회조사 분석…러시아 등지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 악화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유럽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나라에서는 성 소수자에 대한 수용 정도가 높아졌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이들에 대한 혐오가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헝가리 연구진이 격년으로 실시되는 유럽사회조사(ESS)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2002년부터 2016년 사이에 동성애에 대한 수용 정도가 높아졌다고 로이터 톰슨 재단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이 기간 러시아,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우크라이나에서는 오히려 게이나 레즈비언에 대한 인식이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ESS는 조사 대상에게 "게이나 레즈비언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독자적인 삶을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는 명제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지를 묻고 1∼5점 척도 가운데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러시아에서는 2016년 수치가 평균 2점으로 최하 수준이었다.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 동성 결혼이나 동성 결합을 법적으로 보장하지 않은 동유럽 국가들도 러시아와 동일한 추세를 보였다.
반면, 벨기에, 스페인, 노르웨이,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아이슬란드는 2016년 수치가 최고치로 올라가 성 소수자에 대한 수용도가 향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모두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다.
이 기간 동성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가장 크게 높아진 나라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키프로스로 집계됐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동성혼을, 이탈리아와 그리스 키프로스는 동성 결합을 각각 인정하고 있다.
연구를 수행한 헝가리 과학원의 유디트 터커치 연구원은 "조사 결과는 입법행위가 동성애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편견을 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동성애에 대해)열린 마음을 갖는 것, 편협해지는 것 모두 (법에 따라) 학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 나가는지, 어떤 메시지를 지지하는지는 정치인들의 큰 책무"라며 "예를 들어, 헝가리에서는 빅토르 오르반 정권이 이민자와 동성애자를 조직적으로 반대하는 메시지를 설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헝가리는 동성혼을 법률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다만 민법상 권리를 보장하는 동성 결합(civil partnership)만 인정한다.
범유럽 성 소수자 인권 단체인 ILGA에 따르면, 유럽 48개국 가운데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나라는 16개국, 동성 결합이 인정되는 국가는 11개국이다.
불가리아, 폴란드, 루마니아 등 옛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을 포함한 나머지 21개국은 동성 결혼 또는 동성 결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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