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제조기계 등 日비중 최대 83%…"미중 갈등도 수출 부정영향"
"한국 반도체 수출 올해 말까지 감소세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이 악화할 경우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계 산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은행이 21일 밝혔다.
한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서 "대외 여건 악화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처럼 분석했다.
한은은 "일본 수출규제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면서도 "앞으로 상황이 악화해 소재·부품 조달에 애로가 발생할 경우 관세 인상과 같은 가격규제보다도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계 등과 같이 핵심 소재나 부품을 일본에 많이 의존하는 산업의 경우 생산 및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소재, 특수목적용 기계, 정밀화학제품 등이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이 클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한은에 따르면 반도체 웨이퍼의 경우 일본산 수입비중이 34.6%였고, 반도체 제조용 기계(32.0%), 수치제어식 수평선반(63.5%), 산업용 로봇(58.6%), 머시닝 센터(47.8%) 등도 비중이 컸다. 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의 경우 일본산 비중이 82.8%에 달했다.
한은은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미래 신산업인 비메모리 반도체, 친환경 자동차 등의 발전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또 미중 무역분쟁 심화가 우리 수출을 더욱 부진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중 갈등 과정에서 중국의 수입수요가 더욱 둔화하면서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수출 감소폭이 확대할 수 있고, 나아가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글로벌 교역 및 투자 위축은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이 합의 없는 유럽연합(EU) 탈퇴(노딜 브렉시트)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하면서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영국으로의 수출 비중(1.1%)을 고려할 때 우리 수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서는 미중 무역갈등과 메모리 수요처의 구매 지연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반도체 경기 부진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우리 반도체 수출도 올해 말까지는 감소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한은은 내다봤다.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D램의 기업간 대규모 거래가격(고정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했지만, 현물가격(소매가격)은 생산 및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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