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불 정상회담 하루 앞두고 재협상 요구 거부…영국과 EU 주요국 '평행선'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영국의 새 정부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재협상을 공식 요구함에 따라 프랑스는 '노딜 브렉시트'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고 프랑스 대통령실 당국자가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영국의 입장과 프랑스를 비롯한 EU(유럽연합) 지도부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의 당국자는 21일(현지시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제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노 딜'(no deal)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노 딜 브렉시트'는 EU와의 탈퇴 협정이 최종적으로 채택되지 않은 채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익명을 요구한 이 당국자는 "영국이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을 전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그들의 권리이지만, 이 경우에 EU와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제한된다"고 말했다.
영국의 존슨 총리는 독일, 프랑스 정상과의 단독회담을 앞두고 거듭 브렉시트 재협상을 촉구해왔다.
존슨이 폐기하고 싶어하는 '백스톱' 조항은 브렉시트 이후 혼란을 막자는 취지에서 영국을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조치로, 최근 물러난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와 EU가 합의에 이른 사안이다.
존슨은 그러나 이 '백스톱'이 비민주적이고 영국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조항이라면서 법적 구속력 있는 특정 협약으로 '백스톱'을 대체하자고 독일·프랑스 등 EU 핵심국들과 EU 지도부에 요구해왔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현실적인 대안이 못 된다며 재협상은 없다면서 이런 요구를 거부했다.
프랑스 대통령실 당국자의 이날 언급 역시 영국이 요구하는 EU 탈퇴 합의안의 재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한 것이다.
EU가 영국과의 재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영국은 오는 10월 31일 EU를 탈퇴해야 한다.
이 당국자는 또한 영국이 오는 10월 31일 EU와의 최종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게 되는 '노 딜' 상황이 도래하더라도 내야 할 비용은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종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내지 않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영국에 더 유리한 EU 탈퇴 합의안이 도출되기 전에는 이른바 '이혼합의금'을 EU에 줄 수 없다는 존슨의 주장을 전면 거부한 것이다.
영국과 EU는 작년 11월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안에서 영국의 EU 분담금 정산, 이른바 '이혼합의금'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영국은 EU 직원들의 연금을 부담해야 하며, EU 회원국 시절 약속에 따라 2020년까지 EU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 기여를 해야 한다. 이런 내용으로 영국이 EU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390억 파운드(약 57조3천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존슨은 총리 취임 후 첫 외국 방문에 나서 21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다음날인 22일에는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회동해 브렉시트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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