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대통령과 회담 후 기자회견…"러시아도 상응 조치 취할 것"
(브뤼셀·모스크바=연합뉴스) 김정은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미국이 루마니아와 폴란드 등 유럽에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으며 이는 러시아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미국이 실제로 유럽 지역 등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푸틴 "미국, 이제 유럽에 미사일 배치 가능…러시아에 새 위협" / 연합뉴스 (Yonhapnews)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근 미국의 INF와 탈퇴와 곧 이은 중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푸틴은 INF 조약 폐기 이후 러시아의 대응과 관련 "러시아도 중·단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것이지만 미국의 공격 시스템(중·단거리 미사일)이 특정 지역에 나타나지 않는 한 그것들을 배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러시아의 선제적 선언에 대해 아직 미국이나 유럽 파트너들의 반응을 듣지 못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푸틴은 이어 미국은 루마니아에 이미 배치돼 있고 폴란드에도 곧 나타날 유럽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의 지상 발사대에서 해상 발사형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를 발사할 수 있다면서 프로그램만 바꾸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유럽 파트너들에게도 이 시스템(MD 시스템)에 어떤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는지를 알려줄지 의심스럽다"면서 "이는 러시아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 새로운 위협이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의) 이 같은 행동들에 대응해 대칭적 성격의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INF 조약 폐기 이전부터 루마니아에 이미 전개됐고 폴란드에도 배치되고 있는 미국의 유럽 MD 시스템에 속한 발사대 MK-41이 방어용 요격 미사일뿐 아니라 공격용인 사거리 2천400km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면서 이것이 INF 위반이라고 비판해 왔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INF 조약에서 지난 2일 탈퇴하고 보름여 만인 지난 18일 캘리포니아주 샌니콜러스섬에서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번 시험에서 MK-41 발사대가 사용됐고 미사일은 미 레이시온사(社)에서 만든 토마호크 지상공격형 미사일의 개량형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미국은 그러나 새로운 지상발사형 미사일을 유럽에 배치할 당장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날 회견에서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의 군사훈련장에서 최근 발생한 미사일 엔진 폭발 사고와 관련 "해당 지역의 방사능 수준은 정상이며 러시아나 이웃 국가 어디에서도 방사능 수준 증가가 관측되고 있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하루 일정으로 핀란드를 실무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헬싱키의 대통령 관저에서 니니스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뒤이어 핀란드의 관광명소인 수오멘린나 요새를 찾아 업무 오찬을 겸한 대화를 이어갔다.
두 정상은 현재 핀란드가 유럽연합(EU)이사회 순회의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EU 간의 건설적 대화 재개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통상·경제, 투자, 환경, 인적 교류 분야 등에서의 양자 협력 문제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9일에는 프랑스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양자 및 국제 현안들을 논의하는 등 서방 지도자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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