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원유 수출 막히면 호르무즈 위험해져" 경고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을 맹비난하면서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대공방어 미사일 방어시스템 '바바르-373' 공개 행사에서 "우리의 적(미국)이 이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데 우리가 이성적으로 대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그런 적과 대화하는 것은 쓸데없다"라고 연설했다.
이어 "미국은 지금 역사상 가장 약하고 고립돼 애처로울 지경이다"라며 "심지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미국은 조롱거리가 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핵합의를 탈퇴하고 우리를 압박했을 때 몇 달안에 성공하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꿈은 깨졌다"라며 "미국은 이란을 경제적 테러리즘으로 압박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우리는 승리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예방해 "전 세계는 이란의 원유 수출이 '0'으로 준다면 국제적으로 이용하는 수로(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이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이란의 무역을 모든 수법을 다해 막으려고 했지만 우리는 시장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라며 "이제 국제사회는 미국을 고립된 '약속 파기자'로 여긴다"라고 비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이 제재하는 원유 대신 석유 제품(휘발유, 경유, 석유화학 원료 등)을 수출하는 쪽으로 무게를 옮긴다면서 이를 위해 현재 정유 시설을 개선하는 동시에 신축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최고지도자에게 보고했다.
핵합의와 관련해서는 "우리의 전략적 인내는 무한하지 않다"라며 "유럽 측과 협상이 잘되지 않으면 우리의 길(핵합의 이행 축소)을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로하니 대통령에게 "경제난을 해결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정부가 최우선으로 둬야 할 과제다"라면서 "국내 생산을 증진해 외부 침략자(미국)의 경제적 침탈에 맞서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또 외부의 군사·경제적 침략뿐 아니라 영화, 책, 미술, 공연 등을 통해 이란 국민의 정신을 타락 시켜 이슬람의 문화와 가치를 무너뜨리려는 문화적 침투도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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