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왜 그린란드 집착하나…"북극패권 잡고 국내이슈 분산"

입력 2019-08-22 14:36   수정 2019-08-22 15:43

트럼프, 왜 그린란드 집착하나…"북극패권 잡고 국내이슈 분산"
중·러와의 '북극맹주' 경쟁에 국내정치로부터 미국인 눈 돌리려는 의도도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붙인 '그린란드 매입' 논란의 파장이 거세다.
북극해 인근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사항이 덴마크 국빈 방문 취소라는 외교 갈등으로 번지면서 도대체 왜 이 섬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궁금증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외신과 전문가들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극 패권'의 교두보로서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은 물론, 시끄러운 국내 현안에 쏠린 이목을 분산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해석까지 내놨다.

◇ '북극 패권' 놓고 중국·러시아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



파리 국제관계연구소(ILERI)의 미카 메레드 극지 지정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제안이 러시아를 비롯한 북극해 연안 국가와 중국을 향해 북극에 대한 미국의 지대한 관심을 드러낸 '신호'라고 분석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로서는 미국의 이런 행보를 "북극평의회 의장국을 맡고 있는 러시아가 언제까지 북극의 맹주일 수는 없다"는 미국의 경고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그린란드 진출을 지켜보고 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메레드 교수는 덧붙였다. 중국은 지난해 스스로를 '근(近) 북극 국가'라고 선언하며 그린란드에 공항 3곳을 건설하기 위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극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과거 덴마크군이 사용했던 그린란드 남부의 해군기지를 사들일 가능성도 있다고 메레드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히 그린란드를 매입하는 것을 넘어 북극 지역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궁극적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 민주당 경선을 뉴스에서 밀어낸 그린란드…"트럼프의 이슈"



최근 잇단 총격 사건과 총기 규제 논란, 경기침체 가능성 제기로 내년 재선 가도에 다소 차질을 빚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골치 아픈 국내 이슈로부터 미국인들의 눈을 돌리려고 그린란드 논란을 키웠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민주당의 대선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문제에 대중의 시선을 쏠리게 한 것은 소기의 성과라고 메레드 교수는 평가했다.
메레드 교수는 "민주당 경선이 시작되는 결정적인 시점에 그린란드 이슈가 야당 대선주자들을 뉴스에서 밀어냈다"면서 "반면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이 시기에 여러 차례 지지자 유세를 열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는 그린란드가 어디에 있는지도 관심이 없겠지만, 이것이 정치가 굴러가는 방식"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한동안 그린란드 문제를 끌고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 中 못지않은 희토류에 안보·물류 등 지정학적 가치까지



AP통신에 따르면 그린란드에는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에 비견될 만한 엄청난 규모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
앞서 25년간 우라늄 채광을 금지해온 그린란드는 지난 2013년 우라늄에서 희토류가 일부 섞여나온 것을 발견한 뒤 채광 금지 정책을 폐지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무기 체계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필수적인 물질이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 희토류를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앞으로 공급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중국은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무기화'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그린란드의 열악한 기반 시설이나 노동력 부족, 영하 30도에 이르는 기후 등의 문제로 광물 탐사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또 지구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이 지역에 매장된 석유와 광물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것도 그린란드의 가치를 높인다고 AP는 지적했다.
광물 자원뿐 아니라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위치도 미국이 탐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사설에서 "그린란드는 미국의 미사일 공격 조기경보 시스템이 배치된 툴레 미국 공군기지 등이 있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에도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북극해가 새로운 물류 항로로 각광받는다는 점도 그린란드 매입 검토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AP가 전했다.
s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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