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자경단 관계설정 놓고 논란…멕시코 대통령 "자경단, 무질서만 초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에 만연한 범죄조직의 폭력에 맞서 스스로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결성된 자경단들을 둘러싸고 멕시코 내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을 치안 공백을 메우는 선량한 시민 조직 내지는 필요악으로 볼지, 아니면 법 밖에서 활보하는 또 다른 범죄조직으로 봐야 할지를 두고 정부 내에서조차 불협화음이 나오는 상황이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오전 일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불법 단체가 사법권을 행사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자경단들을 '불법 단체'로 칭했다.
전날 리카르도 페랄타 내무차관이 미초아칸주 라우아카나에서 열린 농업 가공시설 기공식에 자경단 지도자들과 함께 참가한 것과 관련한 언급이었다.
페랄타 내무차관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범죄조직과 만난다고 말들 하는데 내 눈엔 여기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사회단체의 지도자들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페랄타 차관의 참석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이 문제를 안보 각료들과 논의했고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일에는 올가 산체스 코르데로 내무장관이 범죄가 심각한 지역에서 '다양한 (무장)단체들'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정부가 카르텔과 협상하는 것이냐는 비난이 일자 산체스 코르데로 장관은 범죄조직이 아닌 자경단들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 역시 논란이 됐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곧바로 "정부는 범죄조직과 대화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치안을 지키는 것은 국가다. 단체를 조직해 치안에 대처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효과도 없고 무질서만 초래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자경단을 명백히 불법으로 규정하며 대화 상대로 여기고 있지 않지만, 지방 정부 등 입장에서는 흑백 논리로만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멕시코에서 자경단이 본격적으로 조직되기 시작한 것은 2013년으로, 2006∼2012년 멕시코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 이후 오히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어나면서 생겨났다.
자경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멕시코 일간 푸블리메트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멕시코 전역에 167개의 무장단체가 있고, 이중 36개가 자경단을 자처했다. 대부분 미초아칸과 할리스코, 베라크루스, 치와와 등 마약밀매조직들이 횡행하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경찰력이 충분히 미치지 못하는 일부 지역에서는 합법적으로 조직된 자경단도 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문제는 어쩔 수 없이 자기방어를 위해 조직된 단체와, 자경단을 가장한 폭력조직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주민을 지킨다는 선한 의도를 갖고 조직됐다고 해도 무장한 범죄조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자경단 역시 무장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달 초 멕시코 시날로아주에선 납치 용의자들이 주민들의 손에 살해되기도 했다.
또 처음엔 마약조직의 납치나 갈취에 맞서 조직됐다가도 경쟁 마약조직으로부터 무기나 자금 지원을 받아 조직 성격이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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