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완주자 5천 명 부정행위 실격…"6개 한 세트인 완주 메달도 원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매년 열리는 멕시코시티 마라톤대회는 해발고도 2천250m 고지대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점과 도심 곳곳의 문화유적 때문에 전 세계 마라톤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멕시코시티 마라톤대회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도 있으니 바로 '꼼수' 선수들이 유난히 많은 대회라는 것이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25일(현지시간) 대회를 앞두고 '멕시코시티 마라톤에 속임수가 많은 이유'라는 기사에서 이 대회에 두드러진 부정행위를 조명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이 대회에서 완주한 2만8천 명의 선수 중에 무려 5천 명이 뒤늦게 부정행위가 드러나 실격됐다. 레이스 도중 적발돼 탈락한 선수도 수백 명에 이른다.
출발선을 떠나 달리다 중간에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후 유유히 골인하는 선수들도 있다.
꼼수를 쓰는 선수들을 적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선수들이 저마다 전자칩을 지니고 뛰기 때문에 코스 중간 지점 통과 여부가 체크된다. 그러나 부정행위가 적발되는 건 이미 골인 지점에서 메달과 박수를 받은 이후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부정행위를 해서라도 완주하려는 참가자가 많은 건 이 대회의 독특한 메달 때문이기도 하다고 주최 측은 말한다.
지난 6년간의 대회에서 완주자들은 멕시코(MEXICO)의 철자가 하나씩 새겨진 메달을 받았다. 6번을 다 완주해야만 철자를 완성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6개를 모으면 멕시코시티 지도가 완성되는 메달을 준비했다.
메달이 아니라 기록을 위해 부정행위를 하기도 한다.
일부 참가자들은 자신의 번호표를 더 잘 달리는 다른 사람에게 주고 뛰게 한다. 보스턴마라톤 등 유명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기록을 얻기 위해서다.
2017년 대회에선 마리아라는 여자 이름을 달고 뛰던 남자 선수가 적발돼 실격되기도 했다.
주최 측은 이 때문에 참가선수의 구간 기록을 살펴 특정 구간에서 유독 빨리 뛰었다든지 하는 이상한 점이 있는지를 보고 있다.
대회 담당자인 하비에르 카르바요는 이코노미스트에 "참가비 650페소(약 4만원)를 냈으니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레이스를 펼쳐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멕시코 대선 후보였던 유명 정치인 로베르토 마드라소는 2007년 베를린 마라톤대회에서 코스의 중간 3분의 1을 안 뛴 채 완주한 척했다가 국제적인 망신을 사기도 했다. 그는 원래부터 풀코스를 뛸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멕시코 내에서도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참가자들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멕시코시티 마라톤 주최 측은 대회를 앞두고 정직을 강조하는 공익광고를 내보냈다. 아울러 올해부터 부정행위를 하다 걸린 참가자는 앞으로 참가 자격을 영원히 박탈당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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