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보복·물타기 하려 언론인 수백명 과거 글·발언 수집"
"비판적 보도 억누르려는 것…전례 없는 행위" 지적 나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들이 현 정부에 비판적인 주류 언론매체 기자들에 대한 조직적 '신상털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2일 미국 극우성향 인터넷 매체 브레이트바트(Breitbart)는 NYT 소속의 정치 담당기자 톰 라이트-피어산티가 9∼10년 전 작성한 트위터 글들을 공개했다.
라이트-피어산티가 대학생 시절 쓴 문제의 트윗에는 반(反)유대주의와 모호크 인디언에 대한 인종주의적 편견이 깊게 배어 있었다.
그는 즉각 사과하고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비롯한 보수 진영은 관련 기사를 퍼 나르며 조직적인 공세에 나섰다.
문제는 이런 폭로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기사에 대한 보복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에 투표하는 유대인을 "무지하거나 불충하다"고 비난한 것을 반유대주의라고 비판한 사설,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이 표절과 윤리규정 위반 등으로 전 직장을 그만뒀고 음주·무면허 운전 전력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이러한 폭로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작년에는 백악관 기자회견 중 트럼프 대통령과 언쟁을 벌인 CNN 소속 케이틀런 콜린스 기자가 역시 7년 전 대학생 시절 작성한 "동성애자와 같은 방을 쓰기 싫다"는 내용의 트윗 등이 폭로돼 곤경에 처했다.
지난달에는 CNN 사진 에디터였던 모하메드 엘샤미가 10대였던 2011년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폭탄이 터져 유대인 돼지 넷 이상이 죽었다"는 트윗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사직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NYT는 복수의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지지 세력이 미국 주류 매체 종사자 수백명이 소셜 미디어에 남긴 족적과 공개 발언 등을 수집해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필요할 때마다 터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상털기를 통해 얻은 정보를 트럼프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억제하거나 물타기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활동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로는 트럼프 주니어의 친구이자 조언자인 보수 성향 컨설턴트 아서 슈와르츠가 지목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진영에선 2020년 미국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 주류언론 종사자들의 일탈 행동과 관련한 폭로가 더욱 본격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런 활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면서도 내심 반기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우호적 주류 언론들을 '가짜 뉴스'라고 공격해 왔다. 지난 18일에는 "(언론은) 민주당을 위한 사악한 선전 기계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1991년부터 2008년까지 워싱턴포스트(WP) 편집국장을 지낸 원로 언론인 레너드 다우니 주니어는 "명백히 보복적이라면 이는 공격임이 분명하다. 이는 언론이 명백히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정권에서도 대통령과 그를 취재하는 언론이 갈등을 빚은 사례가 많았지만, 언론인과 관계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창피를 줄 목적으로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정치적 노력이 동원된 것은 첫 사례라고 말했다.
브레이트바트의 회장이었던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자신들에게 적대적이라고 판단되는 언론매체에 대한 정면 공격에 나서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문화 전쟁도 전쟁이다. 당신들이 보는 것은 전쟁에서 발생한 사상자들"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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