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치타 연구 이란 환경운동가들, 간첩혐의 사형 위기

입력 2019-08-26 14:51  

멸종위기 치타 연구 이란 환경운동가들, 간첩혐의 사형 위기
아시아 치타 연구 목적 카메라 설치…혁명수비대 '간첩 혐의' 체포후 기소
국제인권단체 "550일 넘게 교도소 수감" 석방 요구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환경보호 운동가들이 멸종위기종인 아시아 치타를 연구하기 위해 설치한 카메라 때문에 이란에서 사형당할 위기에 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비영리 단체인 페르시아 야생동물유산재단 소속 환경운동가 8명은 지난해 1월 간첩 혐의로 이란 혁명수비대에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교도소에 수감된 8명 중 4명은 샤리아(이슬람법)에서 사형에 처할 수 있는 혐의로 기소됐다. 나머지 4명도 최고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애초 혁명수비대는 연구에 관여한 9명을 체포했는데 이 가운데 1명인 카부스 세예드-에마미 재단 설립자는 구속 수감 중 사망했다.
당국은 그가 지난해 2월 에빈 교도소(구치소로도 쓰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으나 가족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앞서 이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아시아 치타를 관찰하기 위해 7개 주에 관찰카메라(Camera trap)를 설치했다.
아시아 치타는 전 세계에서 5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멸종 위기종이다.
이란과 걸프 사막, 아프가니스탄, 인도 북부 등지에 폭넓게 서식했으나 남획과 자동차 사고, 환경 변화로 이란 중부와 북동부에 걸친 황무지 고원 지대에만 소수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움직임과 체온 등을 감지해 작동하는 관찰카메라는 사냥터나 물웅덩이 등에 설치돼 연구에 도움을 주는 필수 장비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환경운동가들이 카메라를 이용, 이란 내 중요 군사시설을 촬영한 뒤 이를 외국 정보기관에 유출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환경운동가들의 가족들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숨진 세예드-에마미의 아들 메흐람은 WP와의 인터뷰에서 "비정부기구(NGO)인 그들(재단)의 활동은 매우 투명했다"며 "지금까지 그들의 모든 활동을 표시하는 연례보고서를 제출했다. 숨길 것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2008년 설립된 이 재단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직속인 이란 환경부와 협력하며 정부와 친밀한 관계도 유지해왔다고 환경운동가들의 동료들은 덧붙였다.
세계적 환경학자인 제인 구달 박사 등 350명이 넘는 과학자들은 수감된 환경운동가 구명을 위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교도소에 갇힌 환경운동가 중 적어도 2명이 이란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이달 단식투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페이지 HRW 중동 담당 부국장은 최근 성명을 통해 "이들이 550일 넘게 수감 중이지만 이란 정부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며 "이제는 이들에 대한 불의를 끝내야 한다"고 석방을 요구했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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