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 국가에 망명 신청을 하고 대기 중인 사람이 90만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EU 각국에 망명 신청을 한 뒤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사례는 지난해 말 기준 87만8천600건에 이른다.
국가별로는 독일이 전체의 44%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이탈리아(12%), 스페인(9%), 그리스(9%)가 뒤를 이었다.
이는 동행자가 없는 어린이를 비롯한 다수의 망명 신청자들이 수년씩 불확실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독일의 이민자 권익 보호 단체 관계자는 이러한 상태에 있는 망명 신청자들은 그리스에 있는 난민 등록, 수용 시설인 '핫스폿'에서 열악한 생활을 하거나 국경 지역에 갇혀 살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망명 신청 후 대기하는 사람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로는 EU 각국에 우파 성향의 정부들이 들어서면서 난민 보호 장치가 축소되고 망명 거부 결정도 늘어나 재심을 신청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가 꼽힌다.
이탈리아 팔레르모 대학의 망명법 전문가는 "난민 위기에 대한 정부들의 시각이 바뀌었다"면서 "점점 더 많은 나라가 늘어나는 망명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망명 신청이 거부되는 비율은 2016년 37%에서 2019년 64%로 3년 사이 두배가 됐다.
지난해 포퓰리스트 정당이 정권을 잡은 이탈리아의 경우 거부율이 올해 초 80%에 달했다. 전년에는 60%였다.
망명이 거부된 뒤에도 EU 국가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한순간 불법 이민자가 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 이탈리아 지부 대변인은 수천 명의 사람이 노동 착취에 휘둘리는 힘든 생활을 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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