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존슨 '브로맨스' 경계…다른 야당과 총리 불신임 후 총선 논의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시한(10월 31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가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영국이 미국에 종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친근을 과시하며 영-미 무역협정을 신속하게 체결하기로 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행보를 겨냥한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코빈 대표는 인디펜던트지 기고에서 존슨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들러붙고 있다며 두 사람의 '브로맨스'를 비판했다.
그는 또 EU와 합의 없이 이뤄지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주권을 확립하기는커녕, 영국을 트럼프 대통령과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료보험)를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미국 기업의 손아귀에 맡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노딜 브렉시트는 '트럼프 딜 브렉시트'"라고 날을 세우면서, 돈을 좇는 헤지펀드와 미국 기업이 영국인들에게서 이익을 뽑아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빈 대표는 "노딜 브렉시트 재앙을 막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코빈 대표는 지난 14일 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 자유민주당, 웨일스민족당, 녹색당 등 다른 야당과 보수당 내 노딜 브렉시트 반대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9월 3일 하원이 개회하면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총리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자신이 임시 총리를 맡아 10월 31일 브렉시트 시한을 연기하고 이후 총선을 치르겠다는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코빈 대표는 "여당인 보수당은 가을 총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쪽박을 들고 돈많은 헤지펀드에 구걸하고 있다"며 노딜 브렉시트로 빚어질 혼란과 불안은 파운드화를 흔들려는 투기꾼들에게 잠재적 금광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빈 대표의 회동 제안을 다른 당들이 일단 수용하기는 했지만, 그가 임시 총리가 되는 것에는 반대하는 목소리도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조 스윈슨 자유민주당 대표는 코빈 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코빈이 임시 총리를 맡으면 충분한 수의 의원이 존슨 총리 불신임 투표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클레버리 보수당 의장은 코빈의 기고문에 대해 그가 총리가 되면 영국 경제가 파탄 나고 영국이 분열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에게 총리직을 맡기는 것은 범죄에 눈감는 것이며 영국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프랑스 비아리츠 G7 정상회의에서 존슨 총리를 두고 "대단한 총리가 될 것"이라며 추켜세우는 등 친근한 관계를 과시했다.
두 사람은 양국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신속하게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일부에서 우려하듯 NHS가 논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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