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이스라엘, 동시다발적 군사적 충돌 직면할 위험"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 이스라엘이 최근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등에 있는 친이란 세력에 대한 공격을 확대한 것은 내달 17일로 예정된 이스라엘 총선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시리아에 있는 친이란 세력을 겨냥해 자신들의 소행임을 드러내지 않고 미사일 공격을 가해왔다.
그러나 최근엔 이라크와 레바논에 있는 이란동맹 세력을 드러내놓고 공격하며 대이란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라크에선 최근 한 달간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기지와 무기고에서 대형 폭발이 4차례 있었는데, 시리아 민병대는 지난 21일 이를 이스라엘 무인기 공습에 의한 것으로 규정했다.
또 이스라엘군은 지난 24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부근의 군 시설을 폭격하고 나서, 공습 표적은 이란군이 운용하는 무인기 시설이며 자국을 겨냥한 자폭 작전을 사전에 저지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이스라엘이 무인기 등을 동원해 친이란 세력에 대한 표적 공습을 시도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는 지난 24일 수도 베이루트 상공으로 날아온 이스라엘 무인기 2대 중 한 대를 격추했고, 다른 1대도 공중에서 폭발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오전에는 이스라엘 항공기가 레바논 동부에 있는 이란과 시리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그룹을 공격했다.
친이란 세력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이런 군사 활동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내달 17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중대한 순간을 맞은 가운데 확대되고 있다고 신문은 짚었다.
최근 이스라엘군의 친이란 세력 타격에 지정학적인 요소와 국내적 요소가 혼재한다고 신문은 진단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힘겨운 재선 도전에 나선 네타냐후 총리가 중동지역 어디서든 이란의 위협이 탐지되면 공격대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도 소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4일 "이란은 어느 곳에서도 면책권이 없다"면서 "우리 군은 이란의 공격에 맞서 모든 영역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이란을 견제하려는 노력이 이스라엘의 안보에 중요하다고 말해왔고, 이 같은 군사 활동은 이스라엘 내부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하지만 이란을 견제하려는 이스라엘의 노력이 '국가의 최고 수호자'를 자임하는네타냐후 총리를 위한, 위험천만한 '고공 줄타기 행동'(high-wire act)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총선을 몇 주 앞두고 이스라엘이 동시에 여러 건의 군사적 충돌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란을 포함한 이스라엘의 적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순간을 이용해 이스라엘을 더 큰 싸움에 빠지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지난 26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의 행동은 선전포고로 레바논 정부가 주권을 수호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우리에 대한 어떤 위협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에서도 지난 25일 친이란 민병대 세력이 포함된 파타흐 동맹이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무인기 공격을 비난하면서, 이번 무인기 공격을 "이라크와 이라크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한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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