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시장에 관심…정보독점력·지위남용 등 지켜볼 것"
"일감몰아주기에 엄격한 법 집행…호반건설 예의주시"
김상조 영향권 우려에는 "정책을 보면 알게 될 것"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27일 "공정위는 시장의 심판자"라며 "심판이 유명 스타플레이어라도 반칙하면 잡아내듯 불공정거래 등 법 위반 행위에는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 대해선 정보독점력 등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관심 있게 보고 있으며, 향후 연구와 조사를 해 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전임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치는지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부 언론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보도된 호반건설에 대해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불공정 행위가 드러나면 엄정히 법 집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 후보자와 일문일답.
-- 후보자는 재벌 정책과 관련한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이고 독과점 시장 개선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구조 개선과 관련해 염두에 둔 시장이 있나.
▲ 현재 관심 있는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다. 플랫폼 사업자와 빅데이터 사업자 등이 많다. 이 시장에서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관심이 있다. 다른 분야 중에서도 관심이 있지만 특정 산업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 ICT 분야에서 어떤 점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인가.
▲ 플랫폼 기업들의 정보독점력, 독과점 지위 이용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점은 좀 더 연구와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
-- 후보자는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한 개선 의지를 밝혔는데, 최근 대기업 집단뿐 아니라 중견기업의 불공정 거래 사례도 알려졌다. 호반건설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보도됐다. 후보자는 이에 대한 대책이 있나.
▲ 호반건설과 관련한 문제는 공정위에서 보고받은 것은 없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본 것은 있다. 위원장으로 취임하면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 엄정히 법 집행하겠다.
-- 앞으로 재벌 규제가 지금보다 강해질 것인지,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약화될 것인지 궁금하다.
▲ 공정위는 기업의 법규 위반에는 엄격히 법 적용을 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 기업 규모에 무관하게 법 집행은 엄정히 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재벌이 지난 몇십년간 많은 성장을 해왔고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지만 일부에선 부족한 점도 있다.
하지만 재벌은 과거 모습과는 다르다. 외환위기가 온 1997년 재벌은 시스템 리스크를 만든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의 재벌은 과거와는 다르다고 본다. 재벌이 시스템 리스크는 아니라고 말씀드리겠다.
-- 갑을관계 개선 정책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 공정위에 신고·민원이 한해 4천건 이상 들어오지만 이를 다 처리할 수 없다. 갑을관계 대책은 구조적인 문제를 완화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 경기 활성화 때문에 공정경제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 공정위는 시장의 심판장으로서 어떤 경우에도 룰을 지켜야 한다. 일관성과 원칙이 중요하다. 다만, 지금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기업만 아니라 계열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적 분업에 의존했던 대기업이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다. 의사결정이 늦어져서 발생하는 문제가 없도록 공정위가 관련 내용을 신속히 처리하겠다. 예를 들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배제에서 '긴급성'은 무슨 의미냐고 기업이 물으면 신속하고 명확하게 밝혀 불확실성을 줄이겠다.
-- 대기업 집단에 대해선 기업 규모와 관계 없이 엄정히 법집행을 겠다고 했는데, 전임 위원장은 4대 그룹에 좀더 초점을 맞춘 측면이 있다. 차이가 있는 것인가.
▲ 공정위는 게임의 심판자와 같다. 심판자는 유명한 '스타플레이어'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뿐만 아니라 조그만 플레이어의 잘못에도 규율해야 한다. 다만 규모에 따라 양형기준이 달라질 수는 있겠다.
-- 기업인과 간담회는 이어갈 예정인가.
▲ 공정위는 시장의 심판장으로서 피 규제 대상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어떤 형태가 될지 좀 더 고민해 봐야겠지만 소통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회와 언론에 대한 소통도 강화하겠다.
-- 전임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재벌개혁 문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는데 앞으로도 유지되나. 공정위가 계속 재벌개혁의 컨트롤타워로 작동하는 것인가.
▲ 재벌 정책이나 지배구조 문제 등은 공정위 한 부처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부처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 김상조 실장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나.
▲ 지명됐을 때 김 실장이 마침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우리 사무실에 와서 5분간 대화했다. 축하한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짧은 대화였다.
-- 김상조 실장의 입김이 워낙 새서 후보자가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다. 그에 대한 생각은.
▲ 앞으로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지 보고 판단해 달라. 언론 여러분에 향후 정책 추진 방향을 말씀드렸으니 한번 보시고 스스로 평가해 달라.
-- 그동안 학계에서 활동해 공정위 조직을 잘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제시된다.
▲ 저도 나름 리더십 훈련을 했다고 생각한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리더십이 있다. 피터 드러커 경영학에서 제시된 리더의 자질은 첫째로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서 추진하고, 둘째로 권한을 특권이 아니라 책임으로 간주하고, 셋째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저는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공정위 직원들과 함께 나갈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650명의 거대 조직을 이끈 적은 없지만 경영학에서 말하는 리더십은 갖춘 것으로 안다.
-- 공직에 임명되면 서울대 교수직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 어려운 질문이다. 저는 평생을 교수로 살아왔고 학생들을 사랑한다. 위원장 임기를 마치면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서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입장은.
▲ 작년 정부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처리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 공정위의 조직쇄신과 관련해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나.
▲ 작년 공정위가 낸 조직 쇄신안은 정부 부처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었다. 내용이 너무 강해서 일부에선 공정위가 외부와 소통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앞으로 세미나도 많이 하고 실무진을 포함해 밖에서 공정위 역할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기회를 가질 것이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