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5일 사흘간 러시아, 미국, 독일, 일본 등 총 12개팀 참여
(콕테벨<크림반도>=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흑해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파도 소리 대신 재즈가 해변을 채웠다.
한낮에는 넘실대는 흑해에 몸을 맡기던 사람들은 무대 앞에 모여 이내 재즈 선율에 몸을 실었다.
크림반도의 휴양도시 콕테벨에서 지난 23∼25일(현지시간) '콕테벨 재즈 파티 2019'(Koktebel Jazz Party 2019)가 개최됐다.
'콕테벨 재즈 파티'는 2003년 러시아 상징주의 시인 막시밀리언 볼로신 기념관 개관 100주년 행사로 시작해 규모가 커지면서 올해로 17회째를 맞았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로는 러시아의 로시야 시보드냐 통신이 주최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드러머 지미 콥, 그래미상 베스트 라틴 재즈 앨범상 수상자인 쿠바의 곤잘로 루발카바 등 쟁쟁한 재즈 뮤지션들이 콕테벨 재즈파티를 찾았다.
올해도 미국, 일본, 싱가포르, 프랑스, 독일 등 세계 각국의 재즈 뮤지션들이 콕테벨의 밤을 가득 채웠다.
'콕테벨 재즈 파티'는 행사 전까지 외국 뮤지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시야 시보드냐 관계자는 "서방의 제재로 인해 외국 뮤지션들이 압력을 받는 경우가 있어 미리 알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첫날 무대의 '깜짝 손님'은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트럼펫 연주자 랜디 브레커였다.
그래미상을 무려 6번 수상한 랜디는 러시아의 유명 색소폰 연주자이자 올해 콕테벨 재즈파티의 아트디렉터를 맡은 세르게이 골로브냐가 이끄는 SG빅밴드와 함께 첫날 대미를 장식했다.
랜디는 2017년 한국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연주한 인연이 있다.
자정이 가까워진 시간이지만 랜디가 트럼펫 연주를 시작하자 관객들은 환호하며 그를 맞이했다.
'거장' 랜디와 콕테벨 러시아의 젊은 색소폰 연주자 세르게이의 콜라보 무대는 뮤지션이 국적과 나이를 떠나 음악으로 소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랜디는 세르게이가 색소폰을 연주하는 동안 연신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가 하면 빅밴드가 연주를 끝마치자 양쪽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랜디와 세르게이가 함께 'Don't forget about swing'을 연주할 때 일부 관객은 객석에서 일어나 춤을 추며 달아오른 흥을 표출했다.
한 시간 가까운 공연이 끝나고 랜디가 마지막 인사를 한 후에도 객석에서는 "한 번 더!"를 외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관객들의 성원에 랜디가 무대 뒤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에서는 "브라보" 소리와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앙코르곡을 끝으로 첫날 무대가 예정보다 늦은 자정을 넘긴 시간에 막을 내리고 나서도 공연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해변에서는 밴드들의 잼공연이 새벽까지 이어졌다.
관객들이 사흘간의 공연을 즐기는 방법도 각양각색이었다.
'콕테벨 재즈파티'에서 관객들은 무대 앞에 마련된 자리에서 감상하거나 해변에서 자유롭게 무대를 즐길 수 있다.
사흘 내내 무대 앞에 설치된 객석 1천여석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가득 찼다.
첫 번째 팀의 공연이 끝나가는 오후 8시가 넘어서도 여전히 매표소 앞에는 표를 사려는 인파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해변에서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은 돗자리를 펼치고 누워 재즈를 감상하는가 하면 캠핑용 의자와 에어매트리스를 동원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일찌감치 무대가 잘 보이는 해변 자리에 에어매트리스를 깔고 자리를 잡은 비딸리(34)는 올해로 10년째 콕테벨 재즈파티를 찾았다.
그는 아내, 네 살배기 딸과 함께 왔다며 "재즈는 러시아인들에게 마음과 영혼"이라며 웃었다.
콕테벨 재즈파티는 관객들의 다양한 연령대와 취향을 고려한 듯 재즈에만 국한하지 않고 팝, 락, EDM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한 다채로운 무대로 구성됐다.
축제 이틀째에는 러시아 유명 록가수 율리야 치체리나가 재즈 밴드와의 콜라보 무대에서 특유의 시원한 가창력을 뽐내며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프랑스 뮤지션 '라무즈겔'(LAMUZGUEULE)이 스윙, 펑크, 힙합, 팝을 넘나드는 무대로 한순간 콕테벨을 프랑스의 가장 '힙'한 클럽으로 만들었다.
관객들은 박수갈채와 환호 그리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몸을 흔드는 열정으로 뮤지션들의 무대에 화답했다.
'콕테벨 재즈파티'의 마지막 날 끝을 장식한 미국 플로리다 출신 블루스 뮤지션 셸윈 버치우드는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에 연신 "스파시바(고맙습니다)"를 외치며 "다시 불러준다면 언제든 몇 번이고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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