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식 재원배분 개선…교통→환경 특별회계로 1조1천억 이전
구윤철 차관 "내년 재정사업 전반 대대적인 지출구조조정"
(세종=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내년에 국민이 예산사업의 제안과 심사, 우선순위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예산 사업이 1천억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재정 사업에서 유사·중복을 방지할 수 있는 다부처 융합예산 편성도 늘어난다.
기획재정부가 29일 발표한 '2020년 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내년에 38개 국민참여예산 사업에 1천114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38개 사업에 928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국민에게서 접수한 1천399개의 사업 제안 가운데 민간전문가와 함께 적격성 심사를 거쳐 대상 사업을 구체화했다.
이후 400명의 예산국민참여단이 참여한 가운데, 나흘간에 걸쳐 사업 논의 평가를 하고, 국민들의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반영해 38개 사업을 선정했다.
소규모 건설현장 위험요인 개선(233억원), 쪽방 등 비주택 거주자 등 통합 주거지원(20억원),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행복꾸러미 지원(91억원) 등이 포함됐다.
기재부는 "안전 환경 조성, 소외계층 복지 지원, 생활 속 편의 증진 등을 위한 국민제안 사항을 적극 반영했다"며 "안전·돌봄 등 생활 밀착형 사업을 중심으로 국민참여예산을 전년 대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사업의 융합예산 편성도 확대했다.
부처 간 역할 분담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사업 성과를 높이고, 유사·중복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내년에 70개 과제에 3천억원이 편성된 ODA 융합예산이 대표적이다.
ODA 융합예산은 관련 부처 간에 융합과제를 사전에 조율해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그 내용을 ODA 종합 시행계획에 반영했으며, ODA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추가 발굴과 최종 조정을 거쳤다.
내년에 226억원이 반영된 실험실·대학 창업 예산도 또 다른 사례다.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으로 기반구축, R&D, 사업화를 연계 지원하는 '실험실 특화 창업선도대학 사업'을 올해 5개에서 내년에 15개로 확대해 대학 실험실 창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단계별로 대상 선정은 교육부와 과기부, 기반 구축은 교육부, R&D는 과기부, 사업화는 중기부가 맡는다.
특성화고 졸업자를 대상으로 기업체 취업과 동시에 학위 취득 기회를 제공하는 '선(先)취업·후(後)진학 사업'은 내년에 4천억원이 배정됐으며, '중앙 부처-시·도 교육청-학교'로 이어지는 선취업 지원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교육부와 고용부로 나뉘어있던 현장실습 관련 업무는 교육부로 단일화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특별 회계·기금 재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칸막이식' 재원 배분도 개선했다.
환경 분야 투자 소요 증가 등을 고려해 교통시설특별회계(교특)와 환경개선특별회계(환특) 간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배분 비율을 조정, 교특에서 환특으로 1조1천억원을 이전했다.
또 목적이 유사한 회계·기금 간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민체육진흥·관광진흥개발기금에서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1천500억원을 이전하고, 농지관리기금에서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로 4천억원을 이전했다.
기금의 여유자금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주택도시기금 10조원과 전력산업기반기금 2조5천억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했다.
한편, 기재부는 내년에 모든 부처, 모든 분야 재정사업을 철저히 재검토해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부처별로 불요불급한 재량 지출을 구조조정해 절감된 재원을 신규 중점 분야에 재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재정지출 수요가 계속 급증하고 있지만 경기 부진으로 세수 확보가 어려워진 데다 내년 513조5천억원 규모의 '슈퍼예산' 편성으로 재정건전성 우려가 제기되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내년 예산안이 500조원을 넘어가는 만큼 내년 초에는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인까지 참여시켜서 재정 사업 전반의 전체적인 지출 구조 효율화를 대대적으로 하려고 한다"며 "예산 500조원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재부는 내년 초 지출구조조정을 위한 8억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했다.
구 차관은 "지출구조조정을 부처에게 맡기면 아무래도 소극적이다. (부처에) 지출구조조정을 10%로 하라고 하면 10%만 잘랐다가 이듬해 원상회복이 된다"며 "이제 예산에서 없앨 것은 제대로 없애고 만들 것은 과감히 만들어서 한국 경제가 발전하는 쪽으로 예산이 가면 좋겠다"며 '재정 낭비'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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