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사가 27일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잠정 타결했다. 현대차가 무분규로 임단협에 합의한 것은 8년 만이다. 9월 2일 실시되는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가 남았지만, 노사가 파업 없이 임단협에 합의한 것만으로도 반길 일이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4만원 인상, 성과급 150%+300만원 지급, 전통시장 상품권 등이 담겼다. 노사가 협력업체의 어려움을 함께 인식하고 '상생협력을 통한 자동차 산업 발전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것도 의미 있다. 협력업체 연구개발비 925억원 지원, 1천억원의 저리 대출 프로그램 운영, 사내 하도급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일정 1년 단축 역시 충분히 평가받을만하다.
자율주행차 상용화와 이동수단 공유경제 확산,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미래 등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다. GM이나 포드,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불가피한 패러다임 변화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미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가거나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쏟고 있다. 그뿐 아니다. 우리 수출의 40% 이상을 수입하는 미국과 중국은 끝없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우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 28일부터 수출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현대차가 미래 경쟁력의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수소차 분야의 핵심 소재인 탄소섬유를 언제 무기화하려 들지 모른다.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노사가 지엽적인 이익에 매달리다 미래 경쟁력을 앞당겨 소진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2005년부터 11년간 국내생산 기준 세계 5위 자동차 강국이었던 한국의 위상은 이미 예전 같지 않다. 2016년에 밀려 6위로, 지난해에는 멕시코에 뒤지면서 7위로 떨어졌다. 자동차 강국이라는 말도 이제는 어색할 정도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의 흐름으로 보나 경제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가 엮인 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갈등 등의 대외 환경으로 보나 우리 경제엔 분명 비상이 걸렸다. 이런 비상시국에 대한 노사 인식 공유가 현대차의 임단협 잠정 합의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지금까지 강성으로 평가받던 현대차 노조의 현 집행부가 파업권까지 확보해놓고도 회사와 집중 교섭을 통해 끌어낸 잠정 합의를 평가하는데 야박할 이유가 없다. 통상임금 논란을 줄이기 위해 두 달에 한 번씩 주던 상여금을 매달 나누어주기로 임금체계를 개편한 것도 잘한 일이다.
노조원들도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우리 경제 전반이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 모처럼 분규 없이 도출된 잠정 합의안이 성에 차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대승적 이해가 필요한 때다. 한국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가는 현대차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한국이 자동차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는데 앞장서는 일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악순환에 빠진다. 글로벌 판매가 줄고, 영업이익이 줄어서 결국 투자 여력이 떨어져 경쟁력을 갉아먹는 사이클에 빠져서는 안 된다. 현대차의 반가운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 올해 노사협상의 상생 모델의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 국민들의 관심을 받으며 사회적 대화 기구로 출범했으나 주요 이슈의 합의에 실패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2기 출범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 노사의 합의 정신으로 국민이 원하는 성과를 내길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