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없는 나라 많은데…아프리카 '원전장사' 열 올리는 러시아

입력 2019-08-28 16:04  

필요없는 나라 많은데…아프리카 '원전장사' 열 올리는 러시아
기술진 연수·훈련에 건축비 지원까지…장기 영향력 확대 '포석'
경수로 효용 떨어진다 지적에 아프리카 에너지 주권 악화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러시아가 아프리카에서 원전 세일즈에 열을 올리며 영향력과 이익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정작 이런 원전이 아프리카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은 최근 2년 아프리카 10여개국과 접촉했고 우간다, 르완다,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원전 건설에 합의했다. 이집트에서는 이미 290억 달러 규모의 원전을 짓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도 로사톰과 원전 건설에 합의했고, 수단, 에티오피아, 콩고도 원전 공동개발협약을 체결했다. 잠비아에는 원전 홍보 캠페인을 위한 로사톰의 사무소들이 문을 열었다.
로사톰은 러시아 연수 등 혜택은 물론 장기 저리로 건설 자금을 빌려주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에 러시아 원전을 수출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집트에 원전 건설 비용의 85%를 빌려주었다.
로사톰은 아프리카 몇몇 국가에서 핵물리학과 에너지 분야 현지 전문가들을 훈련하고 있고 케냐에서는 학위를 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로사톰은 주로 경수로 기술을 수출하는데 경수로 원전은 일반적으로 가장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경수로가 통상 1천 메가와트 이상의 전력 생산에 쓰이는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 이만한 용량의 전력을 필요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런던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원자력 전문가인 네빈 셰퍼스는 "경수로 기술은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 적합하지 않다"며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전력망을 계속 개발해야 하는 작은 나라에는 소형 모듈형 원전이 더 낫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인 '지구의 벗'은 "에너지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이지만 이 기본권을 빼앗긴 대다수가 사는 곳이 아프리카"라며 "이익을 추구하는 원전의 확대는 이런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단체는 소규모로 서로 연결된 전력망이 민주적으로 운영됐을 때 아프리카인들이 안정적인 에너지 주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계약된 게 나이지리아, 이집트 두건밖에 없고 다른 프로젝트들은 먼 미래의 일인데도 러시아와 로사톰이 이처럼 열을 올리는 까닭은 러시아 내부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향후 수십년간 아프리카와 관계를 이어가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올 4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앙골라와 러시아 간 정상회담에서는 무기 판매,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가스·원유 생산 등 문제가 논의됐다. 러시아는 앙골라에 Su-30K 전투기 6대를 올해 인도했고 추가로 두 대를 더 전달할 예정이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이 부정부패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데 러시아가 벌이는 사업들 때문에 스캔들도 터진다. 제이컵 주마 전 남아공 대통령은 부패 스캔들로 지난해 퇴진했고, 러시아의 원전 사업 캠페인도 타격을 입었다.
mino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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