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경찰 시위여성 알몸수색' 규탄 집회 열려

입력 2019-08-28 23:13  

홍콩서 '경찰 시위여성 알몸수색' 규탄 집회 열려
캐세이퍼시픽 해고 사태 규탄 집회도 개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경찰의 부적절한 공무 집행과 시위 참가자에 대한 기업의 해고 사태를 규탄하는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28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저녁 8시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서는 시민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송환법 반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최근 송환법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가 체포된 한 여성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피해 여성에 따르면 당시 여경 2명이 이 여성에게 한 방으로 들어갈 것을 요구하더니 옷을 전부 벗도록 요구했다. 그가 옷을 모두 벗은 후 두 손으로 몸을 가리자 경찰이 펜으로 허벅지를 때리면서 손을 내리라고 했다고 한다.
특히 알몸 수색을 받은 후 방을 나올 때 문 앞에 십여 명의 남자 경찰이 서 있는 것을 보고 극도의 수치심을 느꼈다고 이 여성은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은 마약사범도 아닌데 알몸수색을 한 것은 엄연한 인권 침해이고 성폭력이라며 경찰의 행동을 비난했다.
다리 수술을 받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집회에 참석한 양 모(65) 씨는 "경찰도 가족 중에 여성이 있을 텐데, 만약 그들의 가족이 이러한 일을 당했다면 그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홍콩인 힘내라", "나쁜 경찰" 등의 구호를 외치며 스마트폰의 플래시 기능을 이용해 촛불집회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앞서 이날 오후 센트럴 에든버러 광장에서는 주최 측 추산 2천여 명이 모여 캐세이퍼시픽 항공의 해고 사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홍콩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은 직원들이 송환법 반대 시위와 지난 5일 총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의 거센 압력을 받은 후 조종사, 승무원, 자회사 노조 대표 등 10명에 가까운 직원을 해고했다.
루퍼트 호그 최고경영자(CEO)와 폴 루 카푸이 최고고객서비스책임자(CCO), 캐세이퍼시픽 조종사이자 야당인 공민당 소속 의원인 제레미 탐(譚文豪) 등도 회사를 떠났다.
캐세이퍼시픽에 8년 동안 다니다가 최근 해고됐다는 린 모 씨는 "회사 직원들은 이제 만나서는 물론 온라인을 통해서도 정치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 "이는 명백한 '백색테러'이자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집회 후 홍콩 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머럴티 지역까지 행진하면서 "송환법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편 지난 6월 초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12∼15세 청소년이 15명에 달한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홍콩여론조사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는 24.6(100점 만점)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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