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부동산·백화점·자동차 시장 급속냉각
"소득상위 10%가 전체 소비절반 차지…경기확장에 위험신호"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미국 부자들이 전방위적으로 지갑을 닫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침체가 상류층부터 시작돼 확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CNBC 방송은 28일(현지시간) 중산층을 비롯한 미국의 전반적인 소비력이 여전히 탄탄한 데 반해 상류층은 소비를 줄이고 있다며 현재 미국 경제에서 가장 약한 부문은 상류층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부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사실은 부동산, 자동차, 사치품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문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국 호화 부동산 시장은 6개 분기 연속 판매가 감소하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올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내 150만 달러(약 18억2천만원) 이상의 주택 판매는 5% 감소했다.
콜로라도주 애스펀, 뉴욕주 햄프턴 등지의 호화 부동산 매물은 약 3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쌓여있지만, 미국 전역에는 팔리지 않은 맨션과 펜트하우스가 쌓여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상위 1%를 겨냥한 소매업체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월마트와 타깃 등 중저가 소매업체들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데 반해 고급 백화점 바니스 뉴욕은 이달 초 파산 보호를 신청했고 노드스트롬도 3개 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페블비치 자동차 경매에서도 100만 달러(12억1천300만원) 이상에 판매되는 차는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예술품 경매 판매도 수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상반기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 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각각 10%와 22% 줄었다.
대신 부자들은 저축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간 부자들의 저축액은 2배 이상 증가했다.
부자들의 갑작스러운 소비 축소는 경제의 나머지 부문에 파급 효과를 미쳐 향후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는 미국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비지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며 "고소득자들이 향후에도 소비를 줄인다면 경기 확장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잰디는 변동성이 큰 시장과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를 부자들의 소비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상위 10%가 미국의 주식 8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며 최근 주식과 채권 시장의 변동에 부자들이 훨씬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자들은 해외 사업을 하거나 해외 비중이 높은 사업체를 소유하는 경우가 많아 전 세계에서 형성되는 경제 폭풍의 조기 경보 시스템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부자들의 소비 축소는 향후 경기침체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기도 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업체 리얼터닷컴이 이달 미국의 주택구매자 75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36% 이상은 내년에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월 실시한 조사에서 내년 경기침체 예상 응답이 30%를 밑돌았던 것에 비해 경기침체 우려가 더 커진 것이다.
다만 응답자의 약 44%는 다가올 경기침체의 충격이 금융위기 때보다 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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