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청원 서명자 110만 돌파…"에드워드 8세 양위 이래 최대 위기" 평가도
뉴욕타임스 "존슨의 '무자비한 책략가'로서 측면 잘 드러난 결정"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브렉시트(Brexit) 시한을 앞두고 오는 10월 중순까지 한 달여 간 의회를 정지시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깜짝 결정에 각계에서격앙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혼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은 28일(현지시간) '독재자', '쿠데타', '전쟁 선포'와 같은 원색적인 표현으로 존슨 총리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을 이끄는 제러미 코빈 대표는 "이번 조치는 민주주의를 탈취하려는 것"이라며 존슨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추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은 이번 조치가 노 딜 브렉시트를 가로막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는 존슨은 '변변치 않은 독재자'(tinpot dictator)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그는 민주적인 가치를 무자비하게 짓밟았다"고 분노했다.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의회가 정부를 뒷받침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헌법 유린"이라고 규탄했다.
유럽연합 관계자도 비판에 가세했다.
유럽의회를 대표해 브렉시트 협상에 참여했던 기 베르호프스타트 의원은 존슨 총리의 이번 결정을 "사악하다"고 규정하며, "(브렉시트와 같은)중차대한 결정에 대한 논의를 억압하는 것은 EU와 영국의 안정적인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에 반대하는 청원도 순식간에 100만명을 돌파해 여론 반발 역시 심상치 않음을 보여줬다.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 직후 영국 의회 사이트에 등장한 해당 청원에는 현재까지 110만 3천여명이 서명한 것으로 집계됐다.
런던과 맨체스터, 에딘버러 등 주요 도시에서는 밤늦도록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로 몰려나와 이번 결정에 대한 항의를 표출했다.
영국 의회 앞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운집해 EU 깃발을 흔들고, "쿠데타를 멈춰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영국 국교인 성공회의 주교 25명도 공개서한을 통해 노딜 브렉시트가 빈자와 사회적 취약 계층에 경제적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존슨 총리의 이번 결정을 우려했다.
버밍엄대학의 국제정치학 교수인 스콧 루카스는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조치를 1930년대 에드워드 8세가 미국의 이혼녀 심슨 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양위를 택한 사건 이후 영국 헌정에 가장 큰 위기를 촉발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는 AP통신에 "2차 대전조차 이런 헌법적 위기를 가져오지는 않았다"며 "당시에는 연정과 의회가 '게임의 규칙'에 동의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의회 정회라는 승부수를 던진 존슨 총리의 이번 결정은 때로는 짓궂고, 때로는 정돈되지 않은 언행을 보여주는 그가 이면에 감추고 있던 '냉혹한 책략가' 기질을 잘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협상이 위기에 빠지자, 존슨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 불사 등을 포함해 자신의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헌법적 위기를 감수하면서까지 야당의 손발을 묶은 채 총리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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