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권전선 주최 집회·행진 모두 불허하기는 처음
9월 '동맹휴학·총파업' 예고돼 충돌 확산 우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주말 대규모 시위를 경찰이 불허할 것으로 전해져 시위대와 경찰의 더 큰 충돌이 우려된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이 오는 31일 오후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에서 개최하는 집회와 시위를 모두 금지할 방침이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6월 9일 홍콩 시민 100만 명이 모인 송환법 반대 집회, 같은 달 16일 200만 명이 모인 도심 시위, 이달 18일 170만 명이 참여한 빅토리아 공원 집회 등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단체이다.
특히 31일은 지난 2014년 8월 31일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 이날 시위대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다.
중국과 영국은 홍콩 주권 반환 협정에서 2017년부터 '행정장관 직선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으나,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014년 8월 31일 선거위원회를 통한 간접선거를 결정했다.
이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31일 시위에서는 차터가든 집회 후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건물 앞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한 경찰 소식통은 "31일 집회와 행진 모두 금지하기로 했다"며 "위험이 너무 크며, 이는 지난 주말 시위에서 던져진 화염병의 수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쿤통과 췬완 지역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져 86명이 체포됐다. 화염병과 벽돌 등을 던지는 시위대에 맞서 홍콩 경찰은 물대포를 처음으로 시위 현장에 투입했고, 실탄 경고사격을 하기도 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 6월 초부터 이어진 송환법 반대 시위가 불법 집회나 충돌 등으로 끝난 사례가 23차례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집회와 행진을 경찰이 모두 거부하기는 처음이다. 지난 18일 시위에서도 경찰은 도심 행진은 불허했지만, 빅토리아 공원 집회는 허용했다.
SCMP는 "31일 시위의 상징적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이날 집회를 금지한 경찰의 조치는 더 큰 혼란과 소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31일 시위에 이어 9월에는 총파업과 동맹휴학이 예고돼 홍콩 시위가 더욱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1개 업종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정부가 31일까지 시위대가 요구하는 5대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2일과 3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이들은 총파업과 함께 2일 오후 1시 30분 침사추이 솔즈브리가든 공원과 애드머럴티 타마르 공원에서, 3일 오후 1시 30분에는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 5일 총파업 때는 시내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빚어진 것은 물론 8개 지하철 노선의 운행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은 '교통대란', 224편의 항공편이 결항하는 '항공대란' 등이 벌어졌다.
홍콩 대학생들과 중고등 학생들은 동맹휴학을 예고하고 나섰다.
홍콩 내 10개 대학 학생회는 신학기를 맞는 다음 달 2일부터 2주간의 동맹 휴학을 예고했으며, 중고등 학생들도 수업 거부, 침묵시위, 시사 토론 등의 방식으로 송환법 반대 의사를 나타내기로 했다.
홍콩 시내 9개 명문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벌인 동맹휴학 연대 서명에는 벌써 1천1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전날 열린 홍콩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수백 명의 재학생들은 검은 옷을 입고 헬멧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신입생들에게 동맹휴학 참여를 촉구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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