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분만 아기보다 자폐 확률은 3분의 1, ADHD는 6분의 1↑"
의학계 "제왕절개가 자폐·ADHD 직접 유발한다고 보기엔 무리"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제왕절개로 출산한 아이에게 자폐증과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가 발현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와 호주의 연구진이 2천60만 명의 신생아가 관련된 61개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자연분만 출생아보다 자폐증과 ADHD를 앓을 확률이 각각 3분의 1, 6분의 1 비율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시술이 미리 계획됐느냐, 응급 상황에서 실시됐느냐에 무관하게 제왕절개로 출생한 아이들의 자폐증과 ADHD 확률이 높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제왕절개 출생아가 자폐증, ADHD 유병 확률이 높은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산모의 고령, 아기의 조산 위험 등 제왕절개 가능성을 키우는 인자들이 발달 이상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아울러 제왕절개 이후 항생제 노출도 이런 현상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의학계는 이번 분석이 광범위한 사례를 종합적으로 살핀 것에는 의미를 부여했으나, 제왕절개가 자폐증, ADHD와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있다고 보기엔 무리라는 견해를 밝혔다.
웨스턴 호주 대학의 제프리 킬란 교수는 "연구가 흥미롭고, 충실히 수행된 건 맞지만 제왕절개와 자폐증, ADHD와의 상관관계를 설명해 줄 다수의 인자를 해명하기엔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번 분석에 동원된 일부 연구에서 지나치게 높은 자폐증 확률이 나타난다는 점을 들어 분석 자체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분석 결과가 제왕절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고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런던 킹스칼리지 산부인과 교수 앤드루 셰넌은 "태반 이상처럼 뇌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들이 있을 경우 제왕절개 가능성이 커진다"며 "뇌 생리학과 제왕절개의 영향에 대한 현재의 지식에 비춰볼 때 제왕절개와 정신건강 사이의 인과관계가 성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경우 태어날 아기의 위험을 줄여주는 기능을 하는 제왕절개가 필요할 때 여성들이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왕립부인과대학의 대변인 겸 자문의인 팻 오브라이언 박사는 "이번에 나온 광범위한 분석은 제왕절개 출생아와 자폐증·ADHD 사이의 연관 관계를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자폐증과 ADHD를 유발하는 다수의 근본적인 요인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다"며 연구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다수의 경우 제왕절개는 산모와 아기를 위한 올바른 선택일 뿐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의료적 개입"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은 서유럽에서 제왕절개 확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현재 전체 출생아의 26.2%가 제왕절개로 태어나고 있다.
이는 2000년의 19.7%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산모의 고령화, 비만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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