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성장률 달성 어렵게 하는 대외 위험 커져"

입력 2019-08-30 13:13   수정 2019-08-30 20:20

[일문일답] 이주열 "성장률 달성 어렵게 하는 대외 위험 커져"
"향후 두 세달 간 소비자물가상승률 마이너스 가능성"
"업황 부진한 음식숙박업·도소매업 연체 흐름↑"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한국 경제 성장률 달성을 어렵게 하는 대외 리스크가 커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대외 리스크 영향을) 수치로 곧바로 반영할 상황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앞서 한은은 7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지난해 폭염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최근 석유류 가격 하락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세 달 정도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디플레이션은 가격 하락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지속해서 나타나는 것인 만큼 디플레이션까지 우려하지는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총재의 일문일답.
-- 통화정책방향문을 보면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라는 표현이 있다. 결정문에서 이런 문구가 등장했다는 것은 올해 성장률이 2.2%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인가.
▲ 지난달에 (성장률을) 전망해서 아직 전망을 수치로 수정할 상황은 아직 아니나 여러 가지 우리 경제에 성장률 달성을 어렵게 하는 대외 리스크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이를 수치로 곧바로 반영할 상황은 아니며, 달성될 것이냐 아니냐는 늘 보고 있다.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7개월째 0%대에 머물러 있고, 특히 8월에는 농산물이나 유가 하락 영향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에 가깝거나 마이너스가 나오더라도 디플레이션 우려는 없다고 보는가.
▲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농·축산물 가격이 폭염으로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최근 석유류 가격 하락 영향에 일시적으로 0% 내외로 상당폭 낮아질 것이다. 두세 달 정도는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기저효과 영향이 상당히 커 연말쯤이면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반등할 것이다. 내년 초에는 1%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최근 물가 상승률이 크게 낮아진 것은 공급 요인에 주로 기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다. 이런 요인을 제외한 기조적인 흐름의 물가는 여전히 1%대를 나타내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가격 하락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지속해서 나타나는 것인데 최근 상황은 공급자 측 요인과 기저효과가 크기 때문에 디플레까지 아직 우려하진 않아도 되겠다.
-- 최근 한국은행 기관별 대출 자료를 보면 자영업 대출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 가계 부채에 이어 자영업 부채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뇌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자영업자 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의 규제강화 영향으로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도 점차 둔화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대출을 뜯어 보면 우량 차주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고소득 고신용 우량차주의 비중이 자영업자 대출의 75%인 점을 고려하면 자영업자 대출의 건전성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그러나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최근 업황이 부진한 음식·숙박업과 도·소매 같은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연체 흐름이 상승하고 있어 이에 대해서는 유의하고 있다. 경기가 더 나빠진다면 자영업 업황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자영업 대출의 건전성과 리스크를 지속해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
-- 7월에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고 대외여건이 나빠졌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후 8월 들어서 미중 무역 분쟁과 한일 갈등이 더 나빠졌다. 이에 금융시장에선 기준금리가 1.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보는데 이런 시장의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 올해 들어 미중 무역 분쟁이 타결되지 못하고 점차 악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이에 많은 나라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예를 들어 브렉시트를 둘러싼 움직임과 일부 유로존 국가에서의 소위 포퓰리즘 정책, 일부 신흥국의 금융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같이 작용하다 보니 세계 경제의 침체 가능성 'R의 공포'가 부쩍 늘어나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많은 나라가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있고 국내 시장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경제에 여러 어려움이 있어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으나 완화 정도가 어디까지인지는 예단해 밝히기 어렵다. 대외 리스크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보고 지표를 확인해 가면서 정책을 펴나가야겠다.
--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확장적으로 짰는데, 정책 공조 차원에서 한국은행이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정부가 재정지출을 큰 폭으로 잡은 예산안을 발표했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하고 있고 정부도 확장적으로 재정을 운영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현재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 발표에 곧바로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크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며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도 경기 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완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 정부가 내년도 세수 증가율을 0%대로 전망했다. 세수 증가는 명목 성장률과 비례하는 만큼 내년 한국 경제 성장이 더 나빠졌다는 신호로 보인다.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인가.
▲ 원론적으로 볼 때 세수와 명목 성장률과의 관계가 밀접하나 일대일 대응 관계가 있다고 하긴 어렵다. 국세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세를 보면 시차를 두고 조세수입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 기업 실적이 내년 세수에 반영된다.
-- 정부가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39.8%로 전망하고 이후 국가채무 비율이 40%대 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에 대한 시각은. 또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통화정책 결정 시 고려 요소 가운데 환율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보는가.
▲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7월까지를 보면 순유입 기조를 유지해 왔다. 8월에 채권은 순유입했으나 주식자금은 글로벌 투자자의 위험회피 심리 강화로 유출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강점인 양호한 대외 건전성을 감안해 보면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유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무역 분쟁 외에도 홍콩 시위가 격화하고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하락 등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 이런 요인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유의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큰 폭 상승했다. 기준금리를 결하는 데 있어 환율 변동이 직접적인 고려 요인은 아니다. 한국 같은 개방경제의 경우 환율은 대외여건 변화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금리 정책은 환율 변동 그 자체보다도 그것이(정책이) 국내 금융,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게 원칙이다.
--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관련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런 대외불안 확산 및 국내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는가. 또 한은이 금리를 실효 하한 아래로 내리는 게 가능한가.
▲ 통화정책 여력을 볼 때 실효 하한 개념으로 설명을 했었다. 한국은 정책금리 실효 하한이 기축통화국보다는 높다는 점,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이 낮아져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보다 정책 여력이 충분하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따라 필요 시 대응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여력은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
실효 하한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시 말해) 통화정책이 효력을 발효하지 못하는 선을 실효 하한으로 볼지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을 촉발하는 선을 실효 하한으로 볼지에 따라 추정치가 다르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실효 하한 밑으로 금리를 내리는 것은 당연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
-- 심리 지표가 하락하는 모습인데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이라는 의견이 많다. 일본 수출 규제 영향이 아직 가시화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는가.
▲ 한국과 일본의 연관성을 고려해 보면 소위 갈등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겠다고 국회에서 발언했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했으나 이것의 영향을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 영향을 받는 품목의 범위와 수가 어느 정도인지, 현장에서 규제 시행 강도가 어떻게 이뤄질지에 따라 다르다. 금융 쪽에서는 일본계 금융기관의 자금이동, 일본계 외화자금 유출에서는 아직 큰 변화가 없다. 외환 부분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 통화정책방향문을 보면 7월에는 일본 수출규제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일본 수출규제 영향이 더 적다고 보는 건가.
▲ 지난달 금통위 결정 이후의 상황 변화를 보면 일본 이외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많이 늘어났다. 최근 홍콩 시위가 격화하고 브렉시트 노딜 가능성이 높다는 점, 이탈리아의 연정 불안, 이런 것을 고려해 보면 일본 하나만을 언급할 게 아니며 그보다 더 큰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썼다.
--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9%로 넘게 증가한 513조원대로 발표했다. 총재께서는 평소 재정 확대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이 기준에서 봤을 때 내년도 예산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강조했다. 그 기저에는 소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진을 타개하는 과정에서 거의 모든 나라가 통화 정책적 대응을 먼저 했고 상당히 큰 정도로 완화정책을 펴 왔다. 그렇지만 공급 측 요인에 의한 글로벌 경기 불안에 대한 대처로는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재정 역할을 말했었다. 한국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필요성이 강조됐었다.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더라도 보다 더 중요한 게 재정을 어떻게 운용하느냐, 용처도 중요하다. 정부의 예산안이 어제 발표돼 그 내역을 뜯어볼 여유가 아직 없었다. 살펴볼 것이고 정부 재정의 확대도 필요하나,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 시장에서는 한은이 어디까지 금리를 내릴 수 있는지 실효 하한에 대한 언급이 늘고 있다. 실효 하한 금리는 어느 선인가. 또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실효 하한은 한 수준으로 특정해 말할 수 없다. 통화정책을 하다 보면 기대 효과와 그에 따른 비용이 있다. 금리 정책도 마찬가지다. 금리를 인하하면 경기 활성화 효과가 있지만, 금융안정에 미치는 비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특별히 어느 요인을 걸림돌이라 할 수 없고 정책 기대효과와 그에 따른 비용을 같이 보고 정책을 운용한다
-- 일부 중앙은행에서는 금리를 더 내릴 여력이 많지 않을 때 기준금리 조정 폭을 0.1%포인트로 조정하기도 한다. 그간 '마이크로스텝 금리 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는데 현재도 같은 입장인지 궁금하다.
▲ 정책금리를 25bp 또는 그 배수로 조정하는 것은 역사가 오래됐다. 1989년 미 연준이 그렇게 하면서 전 세계적 관행으로 자리 잡았고 한국은행도 2000년대 금리 중심의 통화정책을 펴면서 정책금리 조정폭을 25bp로 해왔다. 25bp로 한 배경은 이 수준의 조정이 실물경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유의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최소 단위로 인식되어 왔다. 만약 금리 조정 폭을 25bp보다 작게 할 경우 조정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순 있겠으나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에 의도한 만큼의 유의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일부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25bp보다 작게 조정한 사례가 물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책금리가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낮아져 정책 여력이 많이 축소된 경우에 한해서였다. 종합해 보면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조정 폭을 25bp로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금일 오후 한은에 온다. 오늘 어떤 내용이 논의되는가
▲ IMF와 오늘 만날 계획은 전혀 없다.
-- 이주열 총재 취임 이후 8번의 금리 변동이 있었다. 8번 중에서 2번만 경제 전망 시점에 금리 변경이 있었고 나머지 6번은 경제 전망 시점과 금리변동 시점이 달랐다.
▲ 전망 시점과 금리 조정 시점 사이 상관관계를 굳이 볼 필요가 있나 싶다. 전망은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경로를 확인해 본다. 전망 시점과 금리 조정 시점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 최근 미중 무역 분쟁으로 달러의 지위가 위협받는다는 의견 있다. 잭슨홀 미팅에서도 영국 중앙은행 총재가 달러 대체 수단으로 중앙은행 암호화폐(CBDC)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현재의 국제통화체제가 계속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흥국 입장에서는 달러를 가급적 많이 쌓아야 하는, 신흥국들이 과도한 수준의 달러를 보유해야 하는 부담을 고려하면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국제통화체제의 개선은 당연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지는 실현 가능성 등도 고려해야 해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구체적인 해법을 찾는 데는 대단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CBDC 이야기도 나왔으나 현재로서 구체적으로 실행 가능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
js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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