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장 "폴란스키 참가 불편…갈라디너 안 간다"
폴란스키 "혐의 터무니없어"…"페미니즘 광풍 희생양"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시대정신에 역행인가, 마녀사냥에 희생된 거장인가.
'차이나타운', '로즈마리의 아기', '피아니스트' 등으로 유명한 로만 폴란스키(86) 감독의 베네치아 영화제 참여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란드 출신의 폴란스키 감독은 새 영화 '장교 스파이' 공개에 하루 앞서 프랑스 작가 파스칼 브뤼크네르와 한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성범죄 혐의와 관련, "생전 만난 적도 없는 여자들이 아마 반세기도 더 전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얘기들인데,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30일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그의 신작은 19세기 유대계 프랑스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독일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투옥된 '드레퓌스 사건'을 다뤘다.
폴란스키 감독은 자신의 처지를 드레퓌스에 빗대면서 "이 영화의 어떤 부분은 내가 직접 체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하지도 않은 일로, 확신을 갖고 사실을 부정하며 나를 규탄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면서 "나를 괴롭히는 사람 대부분은 나를 모르고, 사건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폴란스키 영화 '비터문'의 원저자로 이번 인터뷰를 진행한 브뤼크네르는 그를 '네오페미니스트 매카시즘', 즉 신(新)페미니스트 광풍의 희생자로 불렀다.
폴란스키는 197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검찰에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유죄 인정 조건부 감형협상(플리바겐)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듬해 미국을 떠나 40년 가까이 도피 중이다.
이후 스위스에서도 또다른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가 공소시효 만료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미국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아카데미는 지난해 폴란스키 감독을 영구 제명했다.
이러한 전력이 있는 폴란스키 감독이 베네치아 영화제에 초청되자 성폭력을 근절하려는 세계적 흐름인 '미투'에 역행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앞서 28일 개막일에 베네치아 영화제 심사위원장 루크레치아 마르텔은 폴란스키 초청이 "불편하다"면서, 그의 신작 공개를 축하하는 갈라디너에 불참하겠다고 말해 영화 제작자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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