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조직 등이 살해 후 암매장…시신 신원확인도 쉽지 않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에서 지난 13년간 5천 구 가까이 되는 암매장 시신이 발견된 것으로 집계됐다.
30일(현지시간) 멕시코 정부는 '마약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2006년 이후 최근까지 멕시코 전역에서 모두 3천24곳의 암매장지가 발견됐고, 여기서 총 4천874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발표했다.
암매장지가 주로 발견된 곳은 타마울리파스, 치와와, 게레로, 시날로아, 사카테카스, 할리스코 주 등 마약 카르텔의 범죄가 많은 지역들이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12월 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발견된 암매장지는 522구, 발굴된 시신은 671구다.
훼손된 시신이 많은 탓에 671구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것은 200구에 그쳤다. 116구만이 유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멕시코에서는 마약 카르텔 등이 경쟁 조직원이나 무고한 이들을 살해한 후 이를 은폐하기 위해 집단으로 매장하는 일이 흔하다.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게 시신을 훼손하거나 토막 내기도 한다.
암매장지 발굴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지만 여전히 멕시코에는 4만 명 이상의 실종자들이 있다. 주로 2006∼2012년 마약전쟁 과정에서 사라진 이들이다. 신원 확인이 되지 않은 무연고 시신도 2만6천 구에 달한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수많은 실종자들이 이전 정부가 남긴 '최악의 유산'이라고 표현하며, 취임 후 실종자 수색과 시신 신원 확인에 인력과 예산을 보강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살인과 납치 등 범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인력도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실종자 가족들이 직접 단체를 만들어 시신이 묻혀있을 만한 곳을 찾아 수년째 땅을 파고 다니기도 한다.
국제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인 30일 실종자 가족 단체인 '우리 실종자들을 위한 운동'은 실종자 수색과 정의 구현 등을 요구하는 10만 명 서명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멕시코 언론은 전했다.
이들은 멕시코 전역 18개 도시와 중미 3개국에서 당국의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도 진행할 예정이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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