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실망스럽다" 비판, 국토안보부 "문제없어…재해대응 예산 충분"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미국 남동부에 최고 등급인 5등급의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이 접근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재난관리청(FEMA)의 재난 구호 예산을 이민정책 예산으로 전용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 NBC방송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는 FEMA 예산 중 1억5천500만달러(약 1천900억원)를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 재배정하겠다고 지난 7월 의회에 통보했다.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 "재앙수준" / 연합뉴스 (Yonhapnews)
국토안보부는 밀려드는 이민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수용시설 확보 필요성을 예산을 전용하려는 이유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FEMA와 ICE는 모두 국토안보부 산하 기관이다. FEMA는 재난 대응 및 복구 등을 전담하며 ICE는 불법 이민자 단속 업무를 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불법 이민자 단속 활동을 강조해왔다.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은 이날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허리케인이 자주 발생하는 시기에 FEMA에서 돈을 빼내, 우리가 필요하지도 않은 국경 장벽과 군사 시설 혹은 이민자 구금 시설에 쓰려 했다"며 "아주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오로크 전 의원은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FEMA에 충분한 지원을 할 것"이라면서 "플로리다, 조지아, 사우스·노스캐롤라이나주와 푸에르토리코가 공동체를 회복하고, 추후 허리케인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해 허리케인은 더욱 잦아지고 강력하며 치명적으로 될 거라는 과학자들의 분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초강력 허리케인이 북상하는 가운데 FEMA 예산 전용이 논란을 빚자 국토안보부는 문제가 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케빈 매컬리넌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은 이날 ABC 방송 '디스위크'에 출연해 "아직 재배정된 예산은 없다"면서도 "어떻게 예산이 재배정되더라도 도리안을 비롯해 허리케인 시즌에 발생할 다른 허리케인에 대처할 우리의 능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컬리넌 장관 대행은 주요 재해에 대한 대응과 복구를 위해 250억달러(약 30조 3천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배정돼 있어 1억5천500만달러를 재배정하는 것은 재난 대처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보·인도주의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ICE에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FEMA의 피트 게이너 청장 대행도 같은날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FEMA가 "2017년과 지난해는 물론 올해의 재난에 대비하고 관련 피해를 복구할 충분한 자금과 물자를 확보했다"며 "우리에게 1억5천500만달러는 위험도가 낮은 금액이며, 도리안 대비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리안은 1일 오후 미 남쪽 카리브해에 있는 바하마에 상륙했다. 도리안의 최고 풍속은 시속 295㎞에 달해 역대 육지를 강타한 대서양 허리케인 중 가장 강력한 축에 든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도리안은 이후 북쪽으로 진로를 바꿔 미국의 남동부 해상을 따라 올라가며 본토를 직접 강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진로를 예단할 수 없는 데다 플로리다주와 조지아주, 사우스·노스캐롤라이나에선 강풍과 폭우 등이 닥칠 수도 있어 미국은 총력 대응 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리안에 대해 "우리가 봐온 역대 가장 초강력 중 하나"라며 "우리는 대부분 동부 해안 지방이 궁극적으로 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며, 일부 지역은 매우 극심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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