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제안한 핵합의 구제안 놓고 이란과 논의 가열
이란, 6일 핵합의 이행 감축 3단계 조처 예고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유럽과 이란이 미국의 탈퇴로 존폐 위기에 처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살리기 위해 부지런히 접촉하고 있다.
핵합의에 서명한 유럽 측(영·프·독)을 대표한 프랑스는 점점 핵합의에서 멀어지는 이란에 '핵합의 구제안'을 제안했고, 이를 놓고 이란과 최근 열흘 새 집중적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란이 핵합의 이행을 감축하는 3단계 조처를 예고한 6일이 임박한 터라 양측의 외교적 노력은 더 가열되는 양상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달 23일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고 이틀 뒤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주선으로 예고없이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등장했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마크롱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시간 동안 전화 통화로 프랑스의 핵합의 구제안을 논의했다.
이 전화 통화 직후 이란 정부는 압바스 아락치 외무차관과 중앙은행 간부, 석유부 관리 등의 대표단을 2일 파리로 급파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란 대표단이 프랑스 측과 2일 10시간 넘게 협상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빈에서도 같은 안건을 놓고 이란과 유럽 측이 협상 중이라고 발표했다.
자리프 장관은 같은 날 핵합의 서명국이자 우방인 러시아를 방문해 유럽과 협상 상황을 공유하고 협력을 다짐했다.
이 협상을 둘러싸고 일단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된다.
마무드 바에지 이란 대통령 비서실장은 급히 결정된 아락치 차관의 프랑스 방문에 대해 1일 "이란과 프랑스가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도 2일 기자회견에서 "이란과 프랑스의 관점이 더 가까워졌다"라며 "이란은 대화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락치 차관은 지난달 31일 "G7 회의에서 미국과 프랑스 대통령이 만나 이란산 원유 문제를 놓고 유연성을 보였다"라며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제로'(0)로 줄이겠다는 미국의 전략이 수정됐다고 주장했다.
자리프 장관도 2일 "유럽 측이 핵합의를 완벽히 지킨다면 이란이 5월부터 축소한 핵합의를 되돌리는 데 수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해 프랑스와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은 유럽이 정치적으로는 핵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제재를 피하려고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유럽 기업이 이란과 거래를 끊어 이란만 핵합의를 지켜야 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지 1년이 된 5월 8일부터 60일 간격으로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고 있다.
특히 9월 6일로 예고한 3단계 조처는 농축 우라늄의 농도를 20%까지 높이는 조처가 포함될 공산이 크다. 이 조처는 핵무기 개발을 사실상 선언하는 의미인 만큼 이를 이란이 실행하면 중동 핵위기를 막을 유일한 '희망'인 유럽과 이란의 대화마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이란은 '중동 핵위기 재발'을 지렛대 삼아 유럽이 핵합의로 약속한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를 재개하지 않으면 3단계 조처를 시작하겠다고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다.
프랑스가 제안한 핵합의 구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란 현지 언론에서는 이 안이 프랑스가 이란산 원유를 선구매하는 대가로 최대 150억 달러(약 18조원)의 신용공여를 세 차례로 나눠 이란에 지급하고, 대신 이란은 핵합의를 다시 완전히 이행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고 보도했다.
150억 달러는 산술적으로 하루 평균 약 69만 배럴(현재 유가 배럴당 약 60달러 기준)을 1년간 수출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5일 이란이 유럽 측에 요구한 최소 원유 수출량이 하루 70만 배럴이라고 보도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