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조직 부상 막으려면 CIA 필요" VS "미군 도움 없이는 역할 제한적"
탈레반은 CIA 철수도 요구…평화협정 타결에 걸림돌 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반군무장조직 탈레반이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큰 틀로 한 평화협정 초안에 합의한 가운데 미군 병력 감축 이후 중앙정보국(CIA)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견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백악관 전·현직 인사 10여명을 다각도로 접촉한 결과, 백악관에 이런 논의가 있다는 사실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CIA의 역할 확대에 찬성하는 각료들은 미군이 철수하는 자리에 CIA가 지원하는 민병대를 대신 투입해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같은 테러 조직의 부상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미군 철수 후 테러 조직이 아프간을 기지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종의 '보험' 차원에서 CIA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CIA는 2001년 9·11 테러 발생 이후 아프간에 테러리스트와 반군 조직 추적을 위한 민병대를 배치했으나 이들의 정확한 역할이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각료들은 미군의 지원이 없는 한 이런 활동에 한계가 있으며, 종종 잔혹성 시비가 붙는 이런 병력의 존재가 과연 테러리즘을 막는 방어선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한다.
CIA도 반대파의 중심에 섰다. 지나 해스펠 CIA 국장은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추적은 결국 공중 정찰과 공습, 의료 지원, 폭탄 기술 등의 분야에서 미군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미군 철수 후 CIA 역할 확대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지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한 테러 공격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기는 하나 이런 공격이 미국이나 서방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간주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반대 논리 중 하나다.
특히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IS 존재만으로 CIA가 대규모 인력을 늘릴 명분은 없다고 반대론자들은 지적했다.
CIA 역할 확대를 둘러싼 의견 충돌은 2014년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아프간 철수를 검토할 때도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문제는 이런 이견이 아프간 전쟁 종결을 위한 미국과 탈레반 간의 평화협정 타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군의 완전한 철수를 주장하는 탈레반으로선 CIA 관리들이 미군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협상에서 수개월 또는 수년 내에 연합군과 함께 CIA도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CIA가 지원하는 민병대의 활동에 대해 아프간 국민의 반감도 큰 상황이다. 반테러 활동에 잔혹한 전략을 사용해 민간인 피해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편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주재 미국 특사는 이날 미국이 아프간에서 135일 이내에 약 5천명의 병력을 철수하고 5개의 기지를 폐쇄하는 내용이 포함된 평화협정 초안을 탈레반과 합의했으며 서명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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