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부장·인민은행장 등 방문…"테러 엄단" 강조하기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지도부가 홍콩에 이웃한 광둥(廣東)성을 잇달아 방문해 주목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지난주 2박 3일 일정으로 광둥성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에서 광둥성의 교육, 문화시설 등을 둘러본 왕 부주석은 오는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신중국의 70년은 중국의 5천년 역사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해 언급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왕 부주석이 중국의 위기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점에서 홍콩 시위에 대해 거론했을 가능성도 있다.
왕 부주석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2년 중국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등 위기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맡았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부총리로서 미국과의 전략경제 대화를 이끌었다.
그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때 강경 진압을 지지한 보수파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야오이린(姚依林) 전 부총리의 사위이기도 하다.
왕 부주석에 앞서 자오커즈(趙克志)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도 지난달 26일 광둥성을 방문했다.
당시 자오 국무위원은 "현재의 정세와 위험을 정확히 인식하고 테러 행위 등을 단호히 타격해 국가 안보의 '남대문'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말해 홍콩 시위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중국 중앙은행을 이끄는 이강(易綱) 인민은행장도 최근 홍콩과 이웃한 선전(深천<土+川>)을 방문해 선전 당 서기를 만났다.
특히 그는 이 방문에서 "선전이 위안화 국제화의 선구자와 디지털 통화, 녹색 금융 발전 등에서 선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목받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까지 위안화 국제화와 녹색 채권 발생 등에서 홍콩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최근에는 시위 사태로 시끄러운 홍콩 대신 선전을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정치평론가인 천다오인(陳道銀) 상하이 정법대학 교수는 "왕 부주석은 톈안먼 시위에 대해 강경한 입장으로 유명하고, 자오 국무위원은 경찰을 총지휘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방문은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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