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은 재정적자 확대 없이 확장 기조 유지키로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의 새 연립 정부 구성을 협의하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이 차기 내각의 주요 정책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ANSA 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차기 내각의 수장으로 추대된 주세페 콘테 총리는 전날 오성운동-민주당과의 협의를 통해 개괄적인 정책 합의안을 도출했다.
양당은 우선 차기 내각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2020년 예산안에 대해 국가 부채를 악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확장적 재정 기조를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최근 수년간 극심한 침체에 빠진 이탈리아 경제의 부흥을 위해선 당분간 확장 재정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유럽연합(EU)에 회원국의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예산 규약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의 국가 부채는 작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32.2%로, EU 권고치인 60%를 2배 이상 초과한다. 이는 그리스에 이어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에서 2번째로 높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의 예산안은 매년 EU와의 갈등을 야기하는 '뜨거운 감자'였다.
극우 정당 동맹-오성운동 간 연정 때인 작년에도 2019년도 예산안 수립 과정에서 재정적자 확대를 감수하고 돈을 풀려는 이탈리아 정부와 이를 막으려는 EU 사이에 첨예한 갈등 양상이 부각된 바 있다.
이번에 양당이 합의한 예산안 수립 원칙은 EU와의 관계를 원만히 하면서 기존의 확장 재정을 유지하려는 고민 속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은 아울러 연정 협상 과정에서 첨예한 이견이 노출된 난민 정책에 대해선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의 의견을 반영, 국제 기준에 맞게 수정을 가하기로 했다.
앞서 마타렐라 대통령은 지난달 초 의회를 통과한 이른바 '반(反)난민법'에서 무단으로 이탈리아 영해에 들어오는 난민 구조선에 대해 최대 5만 유로(약 6천8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 등은 해상에서의 생명 구조 활동을 지지하는 국제적 합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새 내각이 들어설 경우 최소한 국제구호단체의 난민 구조선이 입항 금지를 당해 수일간 해상을 떠도는 비인도적 상황이 종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민주당은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부총리 겸 내무장관)가 주도한 강경 난민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오성운동은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콘테 총리가 조율한 차기 내각의 정책안은 대체로 오성운동 측 정책이 폭넓게 반영됐다고 한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의 정책 공약 20개가 차기 내각의 정책 프로그램에 모두 반영됐다고 밝히며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오성운동은 민주당과의 연정안에 대한 온라인 당원 투표를 하루 앞둔 전날 이러한 정책 합의안을 정당 블로그에 공개하고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당일 현지 한 언론에 공개된 오성운동 당원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 51%, 반대 40%로 연정 승인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9시에 개시된 오성운동의 당원 투표는 오후 6시까지 이어지며 결과는 투표 마감 후 수분 내에 공표될 예정이다.
오성운동 당원들이 연정안을 가결하면 새 연정 출범이 '9부 능선'을 넘어 의회승인 투표만 남겨두게 되지만, 부결될 경우엔 오는 11월 '가을 총선'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