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북역 '유리로 치장' 리노베이션 계획 논란

입력 2019-09-04 15:52  

프랑스 파리 북역 '유리로 치장' 리노베이션 계획 논란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19세기 근대 건축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프랑스 파리 북 역(Gare du Nord)을 유리로 뒤덮겠다는 개보수 계획을 두고 건축가들과 역사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전했다.
2008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 장 누벨과 역사학자, 도시 계획 전문가들은 프랑스 일간 르 몽드에 기고한 공개서한에서 파리 북역 리노베이션 계획을 두고 "심각한 도시적 오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북역에 수만 ㎡ 규모의 대형 쇼핑몰을 조성하고 통로와 여러 층을 잇는 105개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계획을 수용할 수 없다며 부적절하고 교통 이용자를 심각하게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846년 문을 연 파리 북역은 일평균 이용객이 70만명에 이를 정도로 유럽에서 매우 혼잡한 역 중 한 곳이다.
이용자 대부분은 통근자들이지만 3% 정도는 고속열차인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에서 들어오는 승객이다.
처음 지었을 때 규모가 너무 작아 허물었다가 1864년 다시 문을 연 파리 북역은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확장을 거듭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최근 수년간 파리 북역은 종종 유로스타 정차역인 런던 세인트 판크라스 역과 달갑지 않은 비교를 당하기도 했다.
영국 존 루이스 백화점의 전무 출신인 앤디 스트리트 미들랜드 시장은 2014년 세인트 판크라스 역을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고 표현하면서 파리 북역을 '유럽의 더러운 구덩이(the squalor pit of Europe)'라고 했다가 사과했다.
파리 북역에 최근 몇 년간 수백만 유로를 쓰면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했던 프랑스 철도 당국은 국가 이미지가 달린 문제라며 2024년 파리 올림픽 전까지 건물 외관과 부지를 완전히 바꾸기 위해 상업시설 투자자들과 손잡았다.
르 몽드에 기고한 건축가들과 역사학자들은 리노베이션을 처음부터 재고해야 한다면서 승객들에게 수많은 통로와 승강기, 에스컬레이터를 타도록 만들고 플랫폼에 도착하기 전 수많은 상점을 지나게 만드는 건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파리 북역에 대형 쇼핑센터가 들어서면 파리의 수많은 소규모 지역 상권이 고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얼마 남지 않은 파리 올림픽 일정에 맞춰 공사하면서도 열차 운행은 계속해야 하는 것도 난제다.
건축가들은 2024년까지 이 엄청난 프로젝트를 끝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녹색당 정치인들은 리노베이션 계획에 반대하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최근 사업 허가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 기구의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파리 북역 리노베이션 사업자 측은 사소한 문제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mino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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