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연구팀, 환자·대조군 역학연구로 연관성 첫 입증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정부로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간질성 폐렴'(폐손상 3·4단계) 환자들도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 연관성이 있다는 역학 연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교실 임종한 교수팀은 가습기 살균제 노출 이후 '간질성 폐렴'(폐손상 3·4단계)이 발생한 244명과 건강한 대조군 244명을 대상으로 역학 연구를 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5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됐다.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은 크게 특별구제계정(3·4단계 피해자)과 구제급여(1·2단계 피해자)로 나뉜다. 특별구제계정은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를 생산한 기업 자금으로, 구제급여는 정부 예산으로 각각 지원한다.
폐손상 3·4단계 환자들에게 사실상 정부 지원이 없었던 건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폐손상 3단계 환자는 물론 4단계 환자도 가습기 살균제 노출로 간질성 폐렴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연관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폐손상 3·4단계의 간질성 폐렴 환자들이 하루에 가습기 살균제를 9∼11시간, 14∼24시간 사용한 경우 8시간 미만 사용자에 견줘 폐 섬유화가 발생할 위험이 각각 4.54배, 9.07배까지 치솟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 노출로 폐 중심소엽이 섬유화되는 패턴 외에 다른 섬유화 패턴을 가진 간질성 폐렴 환자도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 연관된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임종한 교수는 "폐손상 3·4단계 환자는 1·2단계 환자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남성 환자가 많다"면서 "가습기살균제의 누적 노출 시간과 수면 중 누적 사용 시간 등이 1·2단계 환자보다 길지만 이제까지 구제급여 환자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나노 크기의 입자로 변한 가습기 살균제 물질이 폐 깊숙이 침투해 탐식세포의 손상을 일으키는데, 이때 폐포에서 가습기 살균제 물질이 제거되지 못하면 폐포 상피세포에 염증이 발생하고 폐 섬유화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임 교수는 "폐손상 3·4단계의 간질성폐렴 환자들도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 역학 연구로 처음 입증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이들 피해자에 대한 정부 지원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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