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운동-민주당 내각 인선 완료…내일 대통령궁서 취임 선서
한달 만에 정국 위기 종료…EU 관계·난민 정책 등 변화 예상
오성운동 대표 디 마이오…33세로 伊 역대 최연소 외교장관
난민정책 담당 내무장관엔 정통 치안 관료 출신 라모르게세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이 구성한 새 연립 내각이 이르면 이번 주 내에 공식 출범한다.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새 연정의 수장으로 추대된 주세페 콘테 총리는 4일(현지시간)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을 찾아 새 연정 구성이 사실상 완료됐다고 보고했다.
이로써 지난달 8일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오성운동과의 연정 붕괴를 선언하면서 시작된 이탈리아 정국 위기가 한 달 만에 종료됐다.
아울러 부패한 기성 정치 타파를 기치로 내걸고 2009년 탄생한 오성운동은 극우 정당에서 좌파 정당으로 연정 파트너를 바꿔 내각을 계속 이끌어가게 됐다.
이탈리아 내각이 '극우 포퓰리즘'에서 '좌파 포퓰리즘'으로 급격한 방향 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오성운동은 작년 3월 총선에서 과반에 못 미치는 다수 정당의 지위를 확보한 뒤 그해 6월 동맹과 연정을 구성해 1년 2개월간 내각을 꾸려왔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새 연정을 구축함에 따라 살비니는 다른 동맹 소속 장관 6명과 함께 내각에서 쫓겨나듯이 물러나게 됐다.
이번 연정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이탈리아에 들어선 67번째 내각이다.
콘테 총리는 이날 마타렐라 대통령과 면담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차기 내각을 이끌 신임 장관 21명의 인선 결과도 공개했다.
오성운동 대표로서 지난 2주간 민주당과의 새 연정 협상을 진두지휘해온 루이지 디 마이오 현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이 외교장관으로 자리를 옮겨 내각 업무를 이어간다.
약관 33세인 그는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 외교장관이라고 AFP 통신은 전했다.
또 독일·프랑스에 이어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경제·재정 정책을 총괄하는 재무장관직은 민주당 소속 친(親) 유럽연합(EU) 성향의 경제학자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유럽의회 의원이 맡게 됐다.
구알티에리 의원은 지난 5년 간 유럽의회의 경제통화위원회를 이끌어 EU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물로 꼽힌다.
그는 새 내각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2020년 예산안 수립과 EU와의 재정 협상을 이끌 예정이다.
작년의 2019년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여러 차례 충돌하며 경색된 EU와의 관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또 살비니의 후임으로 관심을 끈 내무장관직은 정통 치안 관료 출신인 루치아나 라모르게세가 지명됐다.
소속 정당이 없는 모르게세는 이탈리아 국민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난민 정책을 책임진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은 연정 협상 과정에서 국제구호단체의 난민 구조선 입항을 원천봉쇄하는 '살비니식' 강경 정책에서 벗어나 국제 기준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하기로 합의해 난민 정책의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디 마이오 대표의 연정 협상 파트너였던 니콜라 진가레티 민주당 대표는 앞서 여러 차례 공언한 대로 입각하지 않았다.
21개 부처 가운데 오성운동이 10개를 가져갔고, 9개는 민주당에 배분됐다.
또 의회 내 소수 정당인 좌파 성향의 자유평등당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나머지 하나는 당적이 없는 유일 관료 출신인 라모르게세 신임 내무장관 몫으로 돌아갔다.
신임 장관 가운데 여성은 3분의 1인 7명이다.
오성운동과 민주당 간 합의에 따라 부총리직은 지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당은 디 마이오의 부총리직 연임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다가 직제에서 배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콘테 총리는 내각 명단을 발표한 뒤 "차기 정부는 이탈리아를 국민의 이익에 봉사하는 더 좋은 국가로 변화시키고자 모든 에너지와 능력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장관들은 5일 오전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로마 퀴리날레궁에서 취임 선서를 할 예정이다.
새 연정 출범의 마지막 관문인 상·하원 신임 표결은 6일 실시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예상하고 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