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칠레 군사쿠데타 옹호' 발언에 칠레 대통령 발끈

입력 2019-09-05 08:03  

브라질 대통령 '칠레 군사쿠데타 옹호' 발언에 칠레 대통령 발끈
칠레 대통령 "보우소나루 발언 공유할 수 없어"…우파 행보 파열음 가능성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1973년 칠레에서 일어난 군사 쿠데타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자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칠레 대통령을 역임한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의 부친에 대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모독성 발언을 피녜라 대통령이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두 사람의 우파 공조 행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바첼레트 최고대표는 브라질에서 경찰 폭력이 증가하고 과거 군사독재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가 하면 인권운동가들이 위협받는 등 민주주의 공간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브라질의 인권 상황이 악화하는 데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그러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바첼레트 대표가 에마뉘엥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처럼 브라질의 국내문제와 주권에 간섭하고 있다"면서 "도적들의 인권을 내세워 우리의 용감한 경찰을 공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브라질에서 민주주의 공간이 위축되고 있다고 했는데, 1973년에 (군사 쿠데타로) 좌파를 물리치지 않았다면 칠레는 지금 쿠바가 돼 있을 것"이라며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옹호했다. 그러면서 바첼레트 최고대표의 부친도 당시 좌파 인사들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공군 장성이었던 바첼레트 최고대표의 부친 알베르토 바첼레트는 살바도르 아옌데 좌파정권 전복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고문을 당하다 1974년 2월 50세 나이로 옥사했다.
바첼레트 최고대표 역시 1975년 피노체트 정권의 요원들에게 체포돼 고문을 당한 피해자이기도 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바첼레트 최고대표가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찍은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올렸다. 좌파 성향인 세 전직 정상을 싸잡아 비난한 셈이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피녜라 대통령은 "바첼레트 최고대표의 부친과 관련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미지역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우파 행보를 같이해온 피녜라 대통령은 "누구나 1970∼1980년대 정부에 대해 역사적 판단을 할 권리가 있지만, 어떠한 비전이라도 사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표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녜라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에 대한 약속은 모든 시간과 장소, 상황에서 지켜져야 한다"면서 "바첼레트 최고대표와 특히 부친의 죽음과 같은 고통스러운 일에 대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을 결코 공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fidelis21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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