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지시 여부는 답변 피해…"시위대 나머지 요구 수용 못 해"
"공권력이 폭력 중단시킬 것" 여전한 경찰 지지 입장
反송환법 시위로 1천183명 체포·768명 다쳐…최루탄 2천218발 발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자신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공식 철회 발표에 대해 "내가 결정한 것으로, 중국 중앙정부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날 송환법 공식 철회 발표에 대해 야당과 재야단체 등이 "너무 늦고, 너무 부족하다"며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을 전부 수용할 것을 촉구한 데 대한 해명 성격이 강했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다음 달 입법회가 열리면 범죄인 인도 법안은 투표 없이 공식 철회될 것"이라며 "법안 철회는 이 법안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요구에 자세하고 완전하게 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환법 공식 철회가 "너무 늦고, 너무 부족하다"는 범민주 진영의 지적에 대해 "법안 철회뿐 아니라 각계각층과의 대화,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에 의한 경찰 진압 과정 조사, 홍콩 사회 문제의 뿌리 깊은 원인 조사 등 4가지 대책을 한꺼번에 내놓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된 조사위원회가 아닌 IPCC가 경찰 진압 과정을 조사하는 것에 대해 "IPCC로 충분하며, 별도의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IPCC에 저명인사와 전문가들을 초빙해 공정하고 올바른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환법 공식 철회와 관련해 중국 중앙정부의 지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중국 중앙정부가 아닌 자신이 한 것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송환법 철회는 홍콩 정부가 결정한 것"이라며 "중앙정부는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의 단계마다 나를 지지했으며, 법안 공식 철회 후에도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홍콩 정부가 행정장관에게 시위 금지 등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긴급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어제 발표의 유일한 목적은 대중과의 대화를 위한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체포된 시위대의 석방에 대해서는 "범죄자들이 현 법률체계를 피할 수 있도록 놔둘 수 없다"고 답했으며, "공권력이 계속 폭력을 중단시키고자 할 것"이라고 밝혀 여전한 경찰 지지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홍콩대학 의대생 300여 명은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교내에서 인간 띠를 만드는 시위를 했다. 이들은 캐리 람 행정장관의 송환법 공식 철회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밖에 툰먼 지역의 중고등학생 400여 명이 경찰의 강경 진압에 항의하는 인간 띠 시위를 하는 등 여러 중등학교 학생들이 동맹휴학(罷課) 투쟁에 동참했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6월 9일 이후 체포된 시위대는 1천183명으로, 16세 이하 청소년 20명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173명이 기소됐는데, 71명은 폭동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다쳐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람은 768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2명은 눈에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 등을 맞아 한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했다.
경찰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루탄 2천350발, 고무탄 467발, 스펀지탄 221발, 빈백건 26발, 경고용 실탄 4발 등을 발사했다.
6월 9일 100만 명 집회, 6월 16일 200만 명 집회, 8월 18일 170만 명 집회 등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한 5차례 대규모 집회에 참여한 홍콩 시민의 수는 571만 명에 달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4일 '송환법 공식 철회' 발표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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